교육평준화 정책 ‘하향평준화’ 초래…영재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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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평준화 정책 ‘하향평준화’ 초래…영재교육 필요
  • 정세홍
  • 승인 2020.06.1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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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말이야”…원로에게 듣는다
4·끝)김상만 전 교육감
▲ 김상만 전 울산시교육감은 “평준화 정책이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를 몰고왔다”며 영재학교·자사고 등 천재교육을 강조했다.

울산선 서울대 진학 어렵단 인식 우려
하위권 수준 올랐지만 상위·최상위 하락
학성고 자율형 공립고 전환 실패 아쉬워

‘팬티교사’ 성 가치관의 과도기적 현상
교육청이 직접 징계하기보단 법에 맡기길
인성교육, 학교보단 가정서 지속 교육을

4차혁명시대 영재개발 중요성 커져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 개발 필요
천재교육 중요…산업 연계 취업교육도

복지선진국, 자립 지원 가장 중요
잡은 고기 나누기보단 직접 잡도록 도와야
기부금 관리·감독기관 부재가 비리 낳아


김상만(79) 전 울산시교육감은 울산 출신으로 경북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한 뒤 경남과 울산시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사로 재직하며 학성중, 울산미래정보고등학교 등에서 근무했고 1997년 교감으로 승진해 강동중학교에 발령받았다. 이후 울산시교육청으로 이동해 중등교육과 장학사, 장학관 등을 거쳤고 2000년 들어서는 다시 교직으로 복귀해 방어진고등학교와 울산공고 교장을 지냈다. 2007년 교육감 선거에 나서 접전 끝에 당선돼 제5대 교육감을 지냈다. 이후 재선에 도전했으나 낙선한 이후에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직을 수행한 교육·복지계 원로다. 다음은 김 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현재 울산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한다면

“평준화 정책만 하고 있다보니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를 몰고 왔다. 10년 전만해도 학성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50명씩 진학했는데 현재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울산에서는 몇 명이 서울대에 가는지 조사한 적도 없다. 계속적인 평준화는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예전에 청운고등학교같은 자립형사립고등학교를 만들었는데 이 정부 들어서서는 없애버리거나 없애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가 교육감할 때도 자립형·자율형 고등학교를 만들려고 했고 그때 학성고를 부활시키려고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전환하려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현재 하위권은 수준이 올라갔지만 상위권과 최상위권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평준화가 됐다. 울산에 있어서는 서울대학교 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 팬티교사 등 교사들의 성인지 문제가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다보니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거다. 하나의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행위를 했는데 의도를 갖고 했는지, 재밌게 하려고 했는지, 성 도착증이 있어서 했는지 자세한 부분은 모르는 거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더라도 그건 재판에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지 학교나 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건 여론몰이다. 피해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반대로 가해자의 인권도 어느 정도 우리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반대로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인성교육은 정직, 봉사, 배려, 협동, 신뢰 등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기본교육이다. 이는 학교에서 하는 지식교육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서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도덕·윤리과목이 있어 인성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시험을 치지 않으면 듣지를 않고, 시험을 치면 걷치레 교육에 머문다. 유태인의 교육을 보면 밥상머리 교육, 베갯머리 교육으로 부모가 13세까지 조기교육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데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무엇보다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법을 조언해달라

“폭 넓은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독서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책만 많이 읽는데서 끝나서는 안된다. 쓰기 교육과 말하기 교육이 따라야 한다. 프랑스에는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라는 제도가 있다. 거기에는 인간, 인문학, 예술, 과학, 정치와 권리, 윤리, 사상가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논술시험이 있다. 한 가지 주제가 주어지면 거기에 대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책도 중요하지만 평소 신문사설 읽기를 생활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교육혁명을 창의력 교육이라고 본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 단계에서 교육계의 몫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인간사회란 먹고, 입고, 쉬고, 생활하는 것이 주류다. 미래에는 로봇(AI)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봤을 때 어느 분야가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 답이다. 먹는 것은 조리·음식, 농·축산 등이고 입는 것은 의류·패션, 쉬는 것은 집, 호텔·여행 등이 해당된다. 미래사회에서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 로봇에 의존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영재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 자립형사립학교 등 천재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후에는 산업현장과 연계된 취업교육이 필요하고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를 개발하는 취업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기부가 많이 줄었다. 기부와 복지제도는 어떤 의미인가

“기부는 마지못해 하는 기부, 불우이웃을 돕는 기부, 자립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지원하는 기부 등이 있다. 복지도 보편적 복지는 어려운 사람의 일상생활을 평등하게 지원하는 것이고, 선택적 복지는 생활형편에 따른 수준별 지원, 수요와 공급 원칙을 적용한 차등 지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으뜸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다. 하지만 울산을 포함해 우리나라는 그런 복지가 안돼있다. 한 사람이라도 일어설 수 있도록 자립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잡은 고기를 나눠주고 있다. 복지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잡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의 복지관련 비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복지단체(시설)는 자체 기부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열악한 복지시설이나 단체, 시민단체는 기부금을 걷을 능력도 없고 기부금 관리능력도 없어 문제가 된다. 이번에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게 공동모금회다. 공동모금회는 복지시설 지원과 저소득층 직접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는데 기부금 중 운영비로 쓰이는 건 5% 미만이다. 그러나 일반 기부금 거출 복지단체는 15% 정도 된다. 직접 모금하는 단체의 관리·감독기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글=정세홍기자 aqwe0812@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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