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14주만에 ‘플러스’ 돌아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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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14주만에 ‘플러스’ 돌아섰지만…
  • 김창식
  • 승인 2020.06.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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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0.1달러 수준에 불과

손익분기점 4~5달러엔 미달

SK이노, 영업손실 1조7천억

S-OIL, 창사 후 첫 희망퇴직

7조원대 프로젝트 연기 전망

정유사들 장기신용등급 하향
▲ 국내 정유업계가 코로나에 따른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 정제 마진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 남구 SK에너지 석유제품 출하장이 제품 수요 감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석유제품 수요 회복세로 정제마진이 14주 만에 플러스(+) 전환,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정유업계가 더 이상의 상황 악화는 피했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 수준까지 도달하기에는 아직 괴리감이 크고, 업황 불황이 최소 1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상경영 체제 아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정유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희망퇴직 등 출구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 지난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전환 이후 14주 만에 다시 플러스로 전환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과 원유의 가격 차이를 측정한 지표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정유업계는 이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에 도달하기 전까지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정제마진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부터 글로벌 락다운(lockdown)이 풀리기 시작하고,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도래 등으로 실물 수요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제마진이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1~2월 회복세를 보이다 3월 셋째 주 배럴당 -1.9달러로 하락했다.

이에 국내 정유 4사는 올 1분기 영업손실 4조4000억원을 내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7752억원을 기록했고, S-OIL은 1조73억원으로 분기 기준 창사(1976년) 이래 최대 적자를 냈다. 저유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이 겹친 결과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매일, 매달 이슈가 발생하고 있어 유가와 정제마진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코로나 악영향과 정유 시장의 업황 사이클이 통상 3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년 이상은 불황기가 이어질 암울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글로벌 정유업계는 채산성이 약한 사업 부문 정리, 투자연기, 인력 구조조정 등 조직 변화에 나서고 있다.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S-OIL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희망퇴직을 받은데 이어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5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 직원(생산직 제외)을 대상으로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은 상태다. 또 총 7조원이 투입되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투자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S-OIL은 코로나를 극복할 단계별 전략으로 △비즈니스 연속성 △성과 극대화 △지속가능을 위한 변화 등을 제시했다. 또 일본과 호주에 고급 휘발유를 판매하는 등 틈새시장을 개발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정제 등 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OIL은 이날 후세인 알 카타니 CEO가 S-OIL 주식 100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입단가는 취득일인 6월19일 기준 약 6만8000원이다.

S-OIL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알 카타니 CEO가 사재를 들여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회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면서 “철저한 위기 관리, 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비전 2025를 달성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에너지 화학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면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최근 ‘코로나 이후 정유·가스 산업: 최후의 심판인가, 기회의 시대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 사태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정유·가스업계는 “대담하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운영 모델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SK에너지, S-OIL, 한화토탈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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