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62)]삶은 찰옥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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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62)]삶은 찰옥수수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08.0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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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부부 싸움한 날은 찰옥수수 사러 불로시장 간다/ 길바닥 난전에 쌓여 있는, 굵고 단단한 놈들 골라/ 한 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수염 거꾸로 잡아채고 한 겹 두 겹 속곳 벗긴다/ 볼썽사나운 알몸들 펄펄 끓는 냄비에 한식경 삶아/ 밥상보 씌워 식탁 한쪽에 밀쳐놓았다가/ 시무룩하게 들어오는 남편 저녁상에 올린다/ ­삶은 찰옥수수예요!/ -삶…은…찰옥수수…라고?/ 찰옥수수 하나씩 통째로 집어 든 채/ 한 입 가득 베어 물며 서로 지그시 바라보면/ 웃니 빠진 갈가지 모습 떠올라 절로 웃음 짓거니와/ -찰지고 쫀득쫀득한 이 맛이 바로 삶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속 앙금이 원앙금으로 바뀌고/ 그런 날 저녁은 요요한 달빛 깔린 자리 나란히 누워/ 찰옥수수 잎 수런대는 소리 밤도와 듣는다…‘삶은 찰옥수수 먹는 저녁’ 전문(장하빈)



바야흐로 계절은 여름휴가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옥수수는 2m를 훌쩍 넘어 사람이 밭에 들어가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밀림을 형성했다. 그 옛날 남녀가 5월 보리밭에서 사랑을 나눴다면 7~8월에는 옥수수밭에서 사랑을 나눴다. 1989년 개봉한 공리 주연의 ‘붉은 수수밭’에서는 공리가 남자 주인공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 수수와 옥수수는 비록 품종은 다르지만 밭에 자라는 식물 중에서 키가 가장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옥수수는 안데스산맥의 저지대가 원산지인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16세기 쯤 중국으로부터 전래됐다. 옥수수라는 이름은 ‘위수수(玉蜀黍)’라는 중국 발음에서 연유된 것이라는 설과 수수같이 생겼는데 옥(玉)처럼 생긴 알갱이가 촘촘히 박혀 있다고 해서 옥수수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옥수수는 암수 두가지 꽃이 핀다. 흔히들 ‘옥수수 수염’이라고 부르는 것이 암꽃이며, 옥수수대 맨 위쪽에 벼처럼 달리는 이삭이 수꽃이다. 암꽃이 피는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면 알갱이 하나 하나에 파고들어 있는 옥수수 수염을 볼 수 있다. 이 수염의 한올한올은 알갱이 하나하나의 탯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옥수수 수염과 알갱이는 수가 같은 셈이다. 또 옥수수에는 세로로 8~14줄의 알갱이가 박혀있다. 세로 줄은 반드시 짝수로만 생긴다. 잘 익은 옥수수의 경우 한 줄에 40~50개의 알이 박혀 있다.

삶은 옥수수 씨눈에는 리놀렌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동의보감>에는 “옥촉수(玉蜀鬚:옥수수 수염)는 맛이 달고 이뇨작용이 있어 부종을 뺀다”고 적혀 있다. 모처럼 여름휴가에 삶은 찰옥수수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과연 삶은 찰옥수수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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