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보육 자제령’ 맞벌이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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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급보육 자제령’ 맞벌이 분통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0.08.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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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울산 모든 어린이집 휴원

복지부, 가정돌봄 전제로

긴급보육 이용 자제 공문

수도권 이용률 기준 맞춰

지역상황 감안 않아 반발
울산지역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에 지난 25일 ‘가정보육’ 날벼락이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울산 관내 모든 어린이집이 휴원하면서 긴급보육이 함께 시행됐지만, 바로 뒷날 ‘가정돌봄이 가능한 경우 어린이집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정부 공문이 각 가정으로 전달된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긴 하지만, 이는 맞벌이 가정의 필수선택 사항인 긴급보육을 자칫 자제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해 부모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직장인 주부 김모씨(북구)는 “누군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싶겠냐만, 맞벌이다 보니 마땅히 아이를 돌볼 방법이 없기에 긴급보육을 신청한 것인데, 이같은 공문이 올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맞벌이 가정주부 강모씨(울주군)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걸 정부나 지자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이미 상반기에 돌봄휴가와 연차를 모두 사용했기에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알고보니 해당 공문은 코로나 재확산 상황을 고려해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것으로 각 지자체를 거쳐 어린이집과 학부모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긴급보육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아 어린이집 내 거리두기 및 접촉 최소화 실천이 어렵다.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당장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에만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는 긴급보육 이용률이 80% 이상인 서울 및 수도권의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어린이집 등원 어린이들의 실내 안전거리 유지가 어려운데다 긴급보육이 절실한 가정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울산은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긴급보육 이용률이 33.1%에 그쳐 굳이 가정보육을 권장할만큼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울산지역 몇몇 어린이집은 평소보다 등원생 숫자가 줄어 2~3개 반을 1개 반으로 통합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부 안모씨(중구)는 “‘등원 인원이 적다’면서 합반해서 한 교실 인원수 늘려놓고 ‘사회적 거리 확보가 안된다’며 ‘가급적 가정보육을 해달라’고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자 26일 울산시는 “보건복지부 공문은 전국적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울산지역 실정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며 “울산지역에서는 긴급보육이 필요한 가정에서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관내 어린이집 797개소에 대해 24일부터 9월6일까지 휴원할 것을 명령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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