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일은 음력 7월15일인 백중(百中)이다. 일반인들은 백중이 어떤 날인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천도재(薦度齋)를 지내는 날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또 바닷가 사람들이나 낚시꾼들은 ‘백중사리’ 하면 금방 알아듣는다. 백중은 백종(百種)·중원(中元), 또는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이라고 부르며 부처님오신날,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 등과 함께 5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우란분’은 ‘거꾸로 매달린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울람바나(ullambana)’에서 유래됐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지옥 중생들의 천도를 위해 재를 올리는 날인 것이다.
우란분절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목련존자의 간절한 효심에서 비롯됐다. <불설우란분경>과 <목련경>에는 ‘안거가 끝나는 날 스님들께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려 삼악도에서 고통 받던 존자의 어머니가 천상에 태어나 무량한 복락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교에서는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 목련존자의 효심을 우란분절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백중은 스님들이 석 달 동안의 하안거를 마치는 날이요, 먼저 가신 조상을 위해 기도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우란분절에 재를 올리는 풍습은 고려시대 기록에도 남아 있다. 고려 예종은 아버지 숙종의 명복을 위해 우란분재(齋)를 봉행했고, 충렬왕 역시 1285년과 1296년에 각각 신효사와 광명사에서 우란분재를 봉행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억불정책이 행해지던 조선시대에도 우란분재는 농경문화의 세시풍속과 결합돼 축제로 널리 행해졌다. 논농사에서 가장 고된 일인 김매기는 대개 음력 7월 보름을 전후해 끝나는데, 농민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축제를 연 것이다. 그날이 바로 백중날 또는 머슴날이다. 지주들은 머슴을 하루 쉬게 하고 돈을 줬다. 머슴들은 그 돈으로 장에 가서 술도 마시고 물건도 샀다. 그래서 ‘백중장(場)’이라는 것도 생겼다. 백중장은 장꾼들이 많고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큰 장이다. 밀양백중놀이는 이날의 풍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백중사리는 일년 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음력 7월15일 전후를 말한다.
이 맘때가 되면 지구-달-태양의 위치가 일직선이 되고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진다. ‘칠월 백중사리에 오리 다리 부러진다’ ‘백중에 바다 미역하면 물귀신 된다’는 속담은 백중사리에 조수가 밀려오면 오리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바닷물의 흐름이 빨라지고 세차진다는 말이다. 바닷가에서는 침수가 잦은만큼 조심해야 한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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