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희로애락 화폭에
송주웅 작가 ‘삶의 흔적’
25일까지 중구 갤러리월
송주웅 작가 ‘삶의 흔적’
25일까지 중구 갤러리월

송주웅 작가가 1년 만에 또다시 전시를 마련했다. 제목은 ‘삶의 흔적’이다. 작품 마다 다양한 직군의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이 들어있다. 그들은 더이상 관찰의 대상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관람객을 오히려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과 마주하노라면 그들 얼굴 위로 수십년 세월의 비바람이 느껴진다. 리어카를 끄는 소리, 코 끝을 울리는 화약내가 코와 귓속을 채우다가 흔적을 남기며 조금씩 옅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래기에 된장 끓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더니, 허기만 가득 찬 우리 속을 뭉근히 달래주기도 한다.
송 작가는 그림 속 인물의 주름살에 치중했다. 사람의 주름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이는 개개인이 걸어 온 삶의 궤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름도 차곡차곡 쌓이고 누적된다. 켜켜이 쌓인 주름 그 자체가 한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비슷한 주제를 이미 오랫동안 다뤄왔다. 이전의 개인전 제목이 ‘인간’전, ‘우리들의 초상’전이었던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약간 다르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으나 주로 내면적인 것을 다루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눈에 보이는 형상을 구현하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졌다. 빛과 색, 두터운 마티에르만으로 가족과 이웃의 희로애락을 가감없이 옮겨담을만큼 화력과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32년 간 6번의 개인전을 치렀는데 지난해와 올해에만 4번을 치러냈다. 지난해 환갑을 지나면서 깨달은 바가 컸다.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날이 과연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으니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했다. 조선소 노동자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바쁘게 일만 하던 일상을 접고 그림만 그리는 전업작가로 돌아섰다. 이제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다만,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극도로 심해진 요즘, 지역에서 구상미술의 세계를 함께 구현할 동료작가가 몇명 더 생겨나 함께 같은 길을 도모하는 행운이 따라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5일까지 울산중구문화의거리 갤러리월.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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