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방장 성파스님, ‘3×100m’ 세계최대 한지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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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방장 성파스님, ‘3×100m’ 세계최대 한지 제작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0.10.12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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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으로 일하는 자체가 예술이자 수행”
▲ 세계문화유산 영축총림 방장 성파스님 주도로 12일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마당에서 세계 최대 한지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닥풀’ 5000ℓ 고무통 14개
1㎜ 두께의 한지 굳는데
보름 이상의 시간 걸려
“지난 여름 종이 만들며
信心 나날이 자라 재도전
용도는 아직 생각지 못해”


불자의 삶은 수행의 연속이다. 가부좌를 하고 기도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바라를 치면서 춤을 추고, 하물며 공양을 마친 뒤 그릇을 닦는 작은 일 마저도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불도를 닦는 방법인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영축총림 방장 성파스님 주도로 12일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마당에서 세계 최대 한지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성파 스님은 지난 여름 가로 12m, 세로 24m의 초대형 한지를 이미 만들었다.

하지만 그 때는 네 장을 한 장으로 이어 붙여 만들었다. 이번엔 다르다. 아예 처음부터 가로는 3m, 세로는 무려 100m에 이르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시도한 적 없는 엄청난 규모의 한지를, 그 것도 이어붙임 없이 단 한 장으로만 제작하는 새로운 수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주말부터 장경각 마당에는 수평을 맞춘 100m 길이의 한지 제작 틀이 놓여졌다. 12일 아침부터는 그 틀 속에 흐물흐물거리는 한지 원료들을 평편하게 붓는 작업이 시작됐다.

한지 원료는 닥나무 원재료가 잘 희석되도록 물을 붓고, 이들이 한데 잘 뭉쳐지도록 ‘닥풀’을 넣어 섞은 것이다. 세계 최대 한지를 만들다보니 재료의 양 마저 만만치않아 5000ℓ 고무통 14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닥나무 섬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풀어 헤쳐져 얼핏 보면 벽지를 붙이기 위해 집에서 쑤던 쌀죽과 비슷하다. 하지만 손바닥에 닿는 감촉은 매우 다르다. 간혹 섬유 뭉치가 나오기는 하지만 대개는 손에 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그래선지 이를 붓고 어느 한 곳 얇거나 두꺼운 곳 할 것 없이 일정하게 고르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않다. 무엇보다 100m 길이를 한결같이 고르게 만들기란 더 어렵다.

이날 작업이 끝나면, 이제부터는 물을 빼면서 닥나무 섬유를 가라앉히게 된다. 자연 건조로 물 빠진 닥종이 섬유가 1㎜ 내외 두께의 한지로 굳는데는 대략 보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가 잘 따라주어 무리없이 일정이 진행된다면, 이번달 말께는 세계 최대 크기의 닥종이 한지가 완성된다.

동안 가을비라도 내리면 큰 일이다. 철없이 내리는 가을비는 물론 이른 새벽 내리는 이슬도 피해야 한다. 장경각 마당의 한지 틀 주변에는 천막이 덮였다가 다시 걷히는 작업이 매일매일 반복 될 예정이다.

성파 스님은 “지난 여름에 종이 만드는 작업을 해 보니, 신심(信心)이 나날이 자랐고 100m 길이의 한지를 또다시 도전하게 됐다. 이전의 한지에는 불화를 그릴테지만, 이번 한지는 그 용도를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안되는 일을 되게하는 동조자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이, 현장에서 일이 되게끔 만드는 실천인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 작업 자체가 어찌보면 예술이자 수행의 과정”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한지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면, 이를 활용하는 문제는 그 다음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된다. 스님은 “이 세상 그 어떤 영웅호걸도 혼자서 무얼 다 이룬 이는 없다. 나는 오늘 무대를 차려놓은 것에 불과하고, 그 위에서 무엇이 펼쳐질 지는 아무도 몰라. 그 임무는 이제 내 몫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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