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 홍대용의 ‘을병연행록’
현대어 완역판 주해서 펴내

18세기 학자 홍대용은 중국을 다녀와 <을병연행록>을 남겼다. 겨울 동지사행을 따라 북경에 가서 이듬해 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던 북경을 매우 상세히 기록했다.
이를 현대어로 완역한 <주해 을병연행록>(경진출판)이 새로 나왔다.

홍대용의 글은 만주족이 중국을 지배한 지 100여 년이 흘러 소위 강건성세(康乾盛世)라 불리는 때, 중국의 정치, 경제, 풍속, 지리, 문물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상세한 내용과 치밀한 글쓰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일기체 형식의 연행록은 오늘날 동아시아 연구의 방법적 지혜를 담고 있는 보고이기도 하다.
중국의 소소한 기물부터 청대 정치의 요체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는 한계가 없었다. 홍대용은 이러한 식견을 바탕으로 중세 동아시아 세계관인 화이론에 대한 비판과 그 대안을 제시했다. 누구나 자기가 서있는 곳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화이막변론을 제창한 것이다.
<을병연행록>은 필사본으로 장서각본과 숭실대본 두 종이 전한다. 지난 2012년 국문학자 정훈식(사진)은 두 원본을 꼼꼼히 대조해 바로잡고 자세한 주석을 달아 모두 현대어로 완역해 간행한 바 있다. 이번 <주해 을병연행록>은 그 연장선에서 출발해 재작업(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덧붙인 주해본)한 끝에 발행된 책이다.
저자인 정훈식 문학박사는 울산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11월 첫주 시작되는 경상일보 인문대학 제2기 로고스칼리지(총 16개 강좌)에서 정훈식 박사는 ‘연암의 열하일기를 읽다’(총 10강)를 강의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