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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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 경상일보
  • 승인 2020.11.2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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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염치없는 고소·고발
엄청난 사회적 스트레스를 유발
공동체 회복위한 염치 되살려야
▲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염치(廉恥)란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말하며, 파렴치(破廉恥)는 염치를 모르거나 수치(羞恥)를 수치로 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도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 남의 신세를 지고도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파렴치한이라 한다.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예의염치(禮義廉恥), 즉 예절과 의리와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민족성을 갖고, 키워 왔다. 우리가 살아온 사회가 또한 그러하였다.

<관자>의 ‘목민편(牧民篇)’에 이르기를 나라에는 4가지 강령이 있는데 이를 사유(四維, 4가지 벼리)라 했다. 이 중의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나라가 뒤집히고, 네 가지 모두 없으면 나라는 망하게 된다고 설파하고 있다. 풀어보면 예(禮)는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義, 옳음)는 제멋대로 함부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며, 염(廉, 바름)은 잘못을 숨기지 않는 것이고, 치(恥, 부끄러움)는 그릇됨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굳이 목민편에서 예의염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사유(四維)는 유난히도 정치인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의미일 터이다. 이러한 정신은 조선 시대를 거슬러 그 이전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세계관이자 가치관 중의 하나였다. 심지어 조선의 시대정신으로 염치를 강조하기도 한다. 예의염치는 관리나 위정자들에게 매우 엄격하게 부여된 덕목이었고, 역사적으로 염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소양으로 강조되어왔다. 비단 이것은 위정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일반 대중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일상으로 가지고 행하는 중요한 가치로서 염치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사회 전반에 염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몰염치, 파렴치가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가. 반칙과 변칙을 일삼아 처신하면서도 불법이 아니라면 고개를 숙일 필요조차도 없다는, 그런 어긋난 꿋꿋함. 사회적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유발했다. 절도를 넘는 것은 얼마나 허다하고, 제멋대로 나아가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잘못을 마구잡이로 덮어버리고, 그릇됨을 부끄러움 없이 행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자라나는 세대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사회 윤리와 도덕, 정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염치가 실종되다시피 하니 희한한 법치가 활개를 친다. 송사가 빗발치고 있다. 법치의 근본에 누가 이의를 달겠느냐마는 걸핏하면 법에 따른 해결에 의존한다. 특히 정치인들의 염치없는 고소, 고발은 점입가경이다. 하루라도 법, 수사, 검찰이 시중에 회자하지 않는 날이 있는가. 202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소송사건은 663만4344건으로 2010년의 621만6196건보다 42만여 건이 증가했다. 올해는 눈뜨면 고소, 고발이니 더욱 증가할 듯하다. 염치만으로도 바로 잡힐 일들이 송사로 이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법 없으면 죄 없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지 않는가.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소송, 우리 사회가 염치만 제대로 살려도 당장 소송사건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돌이켜 살펴보면 염치야말로 무너져 내리는 사회공동체를 일으켜 세우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울면 바로 잡을 수 있고, 위태로우면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히면 바로 세울 수 있으나 멸망하면 다시 세울 수 없다. 염치는 기울게 하지 않으며, 위태롭게 하지 않고, 뒤집히게 하지 않는다. 법치보다는 염치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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