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84)]소의 해 2021년, 힘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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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84)]소의 해 2021년, 힘내소!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1.0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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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소는 한자로 ‘牛’라고 쓴다. 牛자를 보면 뿔이 달린 소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羊)은 뿔이 두개 달려 있지만 소는 뿔이 하나밖에 없다. 양과 소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옛 속담에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소는 농사 짓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가축일 뿐만 아니라 죽어서는 고기를 제공했다.

또 가죽은 옷, 신발, 가방을 만드는데 활용했다. ‘소만도 못한 놈’ ‘차라리 소를 키우지’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소를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 변변치 못한 자식보다는 소가 낫다는 말이다. 또 ‘소는 누가 키우지’ 라는 말도 자주 하는데, 소가 집안에서 그만큼 비중이 높다는 말이다.

2009년 개봉한 ‘워낭소리’는 소와 인간의 교감을 다룬 영화다. 소의 수명은 길어야 30년인데, 최원균 할아버지의 소는 40년을 살았다. 할아버지는 소한테 해롭다며 밭에 농약을 치지 않을 정도로 소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경북 봉화군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을 보고나면 소의 커다란 눈망울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소’ 전문(김기택)

▲ 영화 ‘워낭소리’

국토지리정보원은 최근 소와 관련된 지명 731개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울산 북구에 있는 ‘우가(牛家)’ 마을은 소가 병에 걸리자 이곳에 집을 짓고 소를 돌봤다고 해 붙은 지명이다. 소를 치료하기 위해 마을을 마련할 정도로 소를 아꼈던 것이다.

병이 들면 풀밭으로 가서 풀을 뜯는 소는 인간(人間)보다 영(靈)해서 열 걸음 안에 제 병을 낫게 할 약(藥)이 있는 줄 안다고/ 수양산(首陽山)의 어느 오래된 절에서 칠십이 넘은 노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치맛자락의 산나물을 추었다.

‘절간의 소 이야기’ 전문(백석)

신년벽두부터 코로나19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올해는 백석 시인의 시처럼 인간보다 영(靈)한 소가 치료제라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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