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랑이논 쟁기질로/ 거품 물던 황소처럼// 고단했던 과거가/ 땀을 훔친 풍경처럼// 아버지 굽은 등짝에/ 내려앉은 저, 노을
‘윤달화첩’ 전문(이상구)
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의 당선작이다. 이 작품을 위해 시인은 그 동안 원고지를 파고 또 팠다. 원고지는 거센 물결 위에 떠있는 일엽편주와도 같아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떠내려 간다. 아니 오히려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야 비로소 환희를 맛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신춘문예 시상식이 한창이다. 신춘문예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1925년에 시작된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효시로 꼽는다. 그 이전에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문이 1914년 12월10일 ‘신년문예 모집’을 한 바 있으나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경상일보는 지난 2009년 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춘문예를 시작해 올해 13회를 맞았다. 신춘문예를 통과하면 어엿한 문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신춘문예는 등용문(登龍門)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그 등용문을 통과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지난한 역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용문(龍門)’이란 중국 황하 상류의 협곡을 말하는데, 물고기가 이 협곡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용문을 오르는(登) 자만 출세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등용문은 <후한서(後漢書)> ‘이응전(李膺傳)’에 나온다. 이응은 후한 때의 관리로, 타락한 환관에 대항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큰 기여를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당시 젊은 관리들은 ‘이응을 아는 것만으로도 용문에 오른 것처럼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이응의 추천을 받으면 최고의 명예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등용문’이다. 이후 이 말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가리키게 됐고, 오늘날에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의 가도에 서게 되는 것을 말하게 됐다. ‘이응전’을 보면 ‘선비로서 그의 용접을 받는 사람을 이름하여 등용문이라 하였다(士有被其容接者 名爲登龍門)’라는 기록이 있다.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용문(龍門)의 전설은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약리도(躍鯉圖)’가 바로 그것이다. 잉어가 도약한다는 뜻의 약리도는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뜻의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라고도 불린다. ‘이응전’에서는 그냥 ‘물고기’라고만 표현했는데, 후일 사람들이 ‘잉어’라고 인식해 그림도 잉어로 표현하게 됐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과거를 앞둔 벗들에게 선물용으로 어변성룡도를 그려주기도 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지만 용문(龍門)의 꿈만은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