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울산 만든 ‘이름없는 영웅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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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울산 만든 ‘이름없는 영웅들’ 이야기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2.07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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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중구평생학습관
자서전 모음집 3권 출간
참전자·상인 이야기 엮어
잔잔한 삶 속 큰 울림 전해
 

자신의 생애를 기술한 전기 혹은 회고록, 자서전이다. 정치인, 연예인,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자기 스스로 본인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남긴다. 하지만 쉽지않다. 할 말은 많으나 이를 기승전결 글로 정리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총 3권의 자서전 모음집이 나왔다. 모두 평범한 이웃집 어르신들 이야기다. 울산중구평생학습관이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3권의 자서전 모음집을 잇달아 내놓았다.

각 권마다 ‘한국전쟁 참전자의 이야기’(1편), ‘월남전 참전자의 이야기’(2편), ‘시장사람들의 이야기’(3편)라는 부제가 달렸다. 단순하게는 울산 사람들의 울고 웃는 생애사(史)일 뿐이다.

 

하지만 들려주고, 받아쓰고, 책으로 출간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야기의 힘’은 울림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든다. 울산의 오늘이 있기까지 이 악물고 버텨온 그들의 경험담이 근현대 울산의 시대적 변화상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1편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감포어부 이준택(89)옹은 15세부터 배를 탔다. 18세에 참전해서 피튀기는 총알밭을 오갔는데, 종전 무렵에는 강원도 동부전선의 기관총 사수가 돼 있었다. 북구 농소에서 태어난 이춘락(93)옹은 군인의 일원으로 1950년 크리스마스 이브 흥남부두 철수현장에 있었다. 미처 배에 오르지못한 피난민의 모습이 70년이 지난 지금도 어른거린다. ‘제일 고생하고, 제일 못먹고, 제일 억울한 세대’라고 본인을 소개한 박만동(89)옹, 보리타작 하다가 잡혀가서 해병대에 입대한 김덕수(88)옹 등 모두 13명의 사연을 읽을수 있다.

 

2편은 월남전 참전유공자 8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월남전에 참전해 적군과 싸웠다. 귀국 후에는 중동건설 현장에서 열심히 일을 해 돈도 벌었다. 힘없고 가난했던 우리의 과거를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한 산업역군이기도 했다. 혼바산 자락의 도깨비 7중대원 강문석(78)옹, 파병에 2번이나 지원했고 형제가 동시에 파병되기도 한 병영 토박이 박연진(78)옹 등의 사연이 담겼다.

마지막 3편은 울산 원도심 전통시장 상인, 상가상인회 7인이 삶을 이야기한다. 모두 40여년 이상 장사를 업(業)으로 삼은 이들이다. 마치 ‘인생극장’을 보는 듯 하다. 옥골시장 광전사 황등불(77) 대표는 객지생활50년째 울산의 밤을 밝혀 온 사연을 들려준다. 태화시장 ‘마당발’ 박문점 상인회장은 5남1녀 고명딸로 태어나 선 본지 일주일만에 시집온 사연까지 털어놓는다. 중앙시장 ‘감자달인’ 조향순(75) 상인은 둘째를 업고 장사를 시작해 순대, 삶은감자, 옥수수, 닭발 등을 팔면서 살아 온 사연을 풀어놨다.

‘자서전쓰기 프로젝트’ ‘울산중구를 기록하다’ 사업의 일환. 비매품. 자서전 문의 290·4761.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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