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해양수산부의 해양생태계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 추진계획을 보면, 해수부는 올해 안에 범고래와 흑범고래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한국은 현재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해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10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지정될 경우 사실상 거의 모든 고래류의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되는 셈이다. 불법으로 포획하지 않는 이상 고래고기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고래고기전문점들이 밀집한 울산 장생포지역의 고래고기전문점 업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만일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고래고기 수급이 안 돼 영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상당수가 혼획된 고래다.
장생포의 한 고래고기전문점 업주는 “지금도 고래고기 수급이 제대로 안돼 가격은 계속 오르고, 고기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장사도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예년에 비해 3분의 2 가량 줄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생포에는 한 때 많을 때는 고래고기전문점이 15~17곳 가량 성업했으나, 신종코로나 여파 등으로 상당수가 문을 닫아 지금은 9곳 가량 되며, 이마저도 고래고기만 취급하는 곳은 5~6곳에 불과하다. 울산 전체적으로는 현재 22~23곳 가량 영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산동의 또 다른 고래고기전문점 업주도 “11년째 고래고기 장사를 하고 있고, 작년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때도 버텼다”며 “가뜩이나 고민했는데 이제는 장사를 접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된 것이 아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고래류 보호를 강화하는 국제사회 흐름과 동물복지 강화 추세 등에 발맞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의 방침이 확정되면 고래고기전문점들이 밀집한 울산 장생포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업주들뿐 아니라 장생포 주민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장생포지역 토박이인 이정국(65·전 이장)씨는 “나라에서 고래문화특구를 만들어 지정해놓고 고래고기를 못 먹게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장생포를 다 죽이는 ‘탁상공론’식의 정책이 될 것이다. 조만간 단체로 해수부를 찾아가 집회를 열 계획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과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시민은 “고래음식문화도 하나 문화다. 고래고기가 없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의미가 없다”라는 반면, 또 다른 시민은 “이제는 고래 보호와 환경·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차원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울산의 고래음식문화는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사냥 모습에 비춰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왔고, 일제시대부터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해수부는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다음달 발주할 예정이다. 울산과 포항 등에서 120개 안팎의 음식점들이 고래고기로 생계를 꾸려가는 만큼 위판 금지에 따른 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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