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는 무대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어요. 코로나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돼 공연 준비를 하면 또 악화되는 일들이 반복됐어요. 암울했죠.”
중학생 시절부터 40여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드럼이라는 악기와 사랑에 빠진 드러머 곽동훈씨는 그동안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생계를 걱정한 적은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에게 에너지를 주는 무대 공연이 사라지고, 운영하는 학원도 수강생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초 코로나가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메르스 사태처럼 2~3개월 정도 지나면 사그라들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1년 넘게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그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이다.
“드럼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합주 공연이 많고, 악기를 설치하려면 공간 확보가 돼야 해요. 공연이 열리기 어려운 실정이죠. 여기에 저는 감염의 부담도 있고, 학원 발표회도 마련할 수 없으니까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죠.”
자체적인 공연 개최도 부담이었다. 정기연주회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코로나 시기에 공연을 열었다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감에 일정을 취소할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올해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죠.”
이렇게 말했지만, 그는 오늘도 음악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코로나 이후 콘서트를 열기 위해 합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5인 이상 모임 금지 수칙을 잘 지키며 항상 4명만 모여 연습을 한다.
“코로나, 올해 안에는 끝나겠죠.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 거잖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베이스, 기타, 건반 등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언제라도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연습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끝나면 멋진 공연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