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04)]꽃양귀비, 그 아찔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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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04)]꽃양귀비, 그 아찔한 아름다움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5.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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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넋을 놓는가.// 귀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 널 끌어안고/ 만신창이 만신창이 불타고 싶어라. ‘꽃양귀비’ 전문(홍해리)



태화강국가정원에 꽃양귀비가 활짝 피었다. 양귀비는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꽃양귀비(개양귀비)와 아편을 생산하는 양귀비로 나뉜다. 국가정원을 붉게 물들이는 양귀비는 꽃양귀비다.

두 꽃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자세히 보면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는 꽃대에 솜털이 없이 아주 매끈한 반면 꽃양귀비는 온 몸이 솜털로 덮여있다. 또 잎이나 꽃대, 꽃이 진 열매에 상처를 냈을 때 하얀 진액이 나오면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이며, 하얀 진액이 나오지 않으면 꽃양귀비이다. 잎이 넓고 톱니모양이며 열매가 크고 둥글면 마약성분 양귀비, 잎이 가늘고 깃털모양이며 열매가 작고 도토리 모양이면 꽃양귀비다.

▲ 꽃양귀비.

꽃양귀비든 아편성분의 양귀비든 그 아름다움이 ‘치명적’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프랑스어로 하면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라고나 할까. 팜므 파탈을 영어식으로 해석하면 ‘치명적인 여자’라는 뜻이다. 화려한 외모와 선정적인 몸매의 여자는 남자들을 파멸로 이끈다. 때로는 공멸을 자초하기도 한다. 그 예가 바로 당 현종과 양귀비다.

양귀비는 당 현종의 귀비(貴妃)다. 실제 이름은 옥환(玉環)이다. 양옥환은 원래 현종의 18번째 아들의 부인이었다. 그러다가 현종의 눈에 들어 귀비가 됐다. 현종은 양귀비에게 빠져 국사를 뒤로 하고 사랑놀음만 하다가 결국 나라를 말아먹었다. 양귀비라는 이름은 아름다움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백성들을 현혹하는 아편이기도 했다.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사랑처럼/ 활활/ 타오르는 꽃./ 아름다움은/ 관능과 슬픔이 태워 올리는/ 빛이다. ‘양귀비꽃’ 전문(오세영)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로 노래했다. 두 사람은 하늘에 있으면 비익조(比翼鳥)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 있으면 연리지(連理枝)가 되기를 기원했다. 광활한 꽃양귀비 밭을 바라보며 다시 양귀비를 생각한다.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라….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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