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화려하게 꽃피운 근대기 문학과 미술의 동고동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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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화려하게 꽃피운 근대기 문학과 미술의 동고동락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6.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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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등단소설에 나오는 ‘간판쟁이’ 화가 옥희도는 바로 박수근을 일컫는다. 다만 박완서의 주장처럼 소설 속의 옥희도 이야기는 단순 허구이지 현실 속의 실화는 아니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설 ‘나목’을 통하여 전쟁기의 미군 상대 초상화 제작 환경과 화가 박수근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다.

#오윤은 울산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이다. 시인 김지하는 고등학생 시절 오윤을 만났다. 쌍문동 오윤의 집, 거기에 그의 그림이 있었다. ‘…슬픔, 한과 함께 뜬금없는 아우라가, 신바람이, 그래서 옛 굿에서나 나타났을 법한 큰 흥이 솟아나 섞여서 가득히 퍼지고 있었다.’ 김지하의 기억에 남은 오윤의 첫인상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시인과 화가>는 근대기 실과 바늘처럼 가깝게 지내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시인과 화가의 이야기를 소개한 문화예술 에세이집이다.

최근 울산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전시회가 잇달아 마련되고 있다. 울산문예회관에서 지난 5일 폐막한 ‘한국 서양화 100년 특별전’, 10일 개막하는 ‘현대미술의 시선’이다. 현대예술관에서는 우리시대 고난을 극복한 동시대 미술작가를 소개하는 ‘행복을 그리다’도 8일 시작된다.

이들 미술전시에서 소개한 미술작품을 한발 더 깊이 이해하려면 불과 반세기 이전의 문화를 톺아보면 된다. 1920~1930년대는 문학과 미술이 한가족처럼 동고동락했던 시기였다. 앞서 언급한 박완서와 박수근 말고도 나혜석과 최승구, 이상과 구본웅, 백석과 정현웅, 이중섭과 구상 등 끈끈한 관계로 유명한 시인과 화가 사례가 수없이 많다. 윤 관장의 새 책은 그 같은 일화를 소개하고 우리 미술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 연원을 더듬어보는 작업이라 하겠다.

원래 꿈이 화가였던 이상은 ‘1928년 자화상’으로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상했다. 자신의 소설 ‘날개’ 속 드로잉도 직접 그렸다. 이상은 나이가 네 살 많은 구본웅과 우정을 나눴는데 구본웅은 이상을 모델로 ‘친구의 초상’을 그렸다. 본명이 김해경인 이상의 필명이 구본웅의 미술도구 상자 선물에서 연유됐다는 주장도 있다.

새 책은 이처럼 불과 몇십년 전 한반도의 일제강점기에 역설적이게도 찬란하게 꽃을 피운 문화예술계의 현상을 알려주고 특히 문단과 화단의 지난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저자는 서로 교감을 나누며 활동했던 문인과 화가들의 사례와 전해지는 뒷이야기, 시인과 화가들에게 직접 들은 증언까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윤 관장은 “예술세계를 풍요롭게 했던 문인과 화가의 만남이 현대사회에서는 과거 이야기가 된 듯하다. 직업적 세분화도 중요하지만 예술계의 진정한 통섭과 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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