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부터 울산중구문화의거리 현대미술제가 시작됐다. 지난 주말은 장마의 영향으로 뙤약볕이 쬐이다가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현대미술제 개막을 알리는 보도를 접한 뒤 일부러 문화의거리를 방문해 새로운 현대미술을 접하고 돌아갔다.

올해 전시작품 중 가장 눈길을 모은 작품은 문화의거리에 놓여진 대형 에드벌룬 작품이었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의 귀여운 반려견의 형상으로, 김우진 작가의 ‘해피독’이라는 작품이다. 사거리에 놓여진 해피독은 주말 내내 이 거리를 찾은 방문객의 인증샷 포토존으로 활용됐다. 특히 울산중구마두희학교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 모두가 이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날씨 탓인지 일부 관람객은 야외 보다 실내 전시장에 오래 머물렀다. 특히 어라운드울산 3층에 설치 된 이병찬 작가의 ‘크리처’(Creature)는 조용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미술품을 볼 수 있어 한참동안 머물다 나가는 관람객이 많았다.

올해 출품된 30여 점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데다 콤프레스를 활용해 공기의 압축과 팽창효과로 형태가 시시각각 달라졌다. 관람객들은 작품 주변을 빙빙 돌면서 구석구석 살피거나,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다수의 영상물을 한 곳에서 보여주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현대미술을 알려주는 행사도 마련됐다. 기존의 갤러리 공간에 스크린 하나를 설치한 뒤 이를 ‘스크리닝룸’으로 호칭하고, 차례로 상영된 9편의 영상물이 모두 ‘싱글채널비디오’이라는 형태의 현대미술 영역에 속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정현씨는 “‘가기갤러리’ ‘옛 동광의원’ 등 기사에 적힌 전시장소가 낯설었다. 현대미술제 때문에 문화의거리에 새로운 공간이 많이 생겼다는 걸 알게됐다. ‘어라운드울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야외에 설치된 작품이 적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홍진석씨는 “이발소처럼 꾸며진 곳에서 한참 머물렀다. 어릴적 추억이 떠올랐다. 음악마저 옛 노래였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현대미술작품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실제로 이발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못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조미옥씨는 “해마다 빠짐없이 이 전시를 지켜봐 왔다. 다만 올해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사전정보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빈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방문객이 오래 머물도록 관람환경까지 고려해 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1 울산중구문화의거리 현대미술제는 오는 18일까지 문화의거리와 그 주변 4곳의 실내전시장에서 진행된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