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11)]삼복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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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11)]삼복더위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7.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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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伏(복)자는 ‘엎드리다’ ‘굴복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개가 사람 옆에 바짝 엎드려 복종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냥 개가 복종하는 수준을 넘어 조금은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오행(五行)에서 여름은 뜨거운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차가운 쇠(金)에 속한다. 삼복(三伏)은 여름 불 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는 뜻이다. 삼복이 지나면 마침내 가을의 차가운 기운이 일어선다.

아직도 복(伏)이 되면 다리 밑이 그립다./ 어렸을 적 같으면 동네 사람들과 똥개 한마리 앞세우고/ 솥단지 뒤를 쭐레쭐레 따라가던 곳/ 지금은 고향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산다.// 이제 개 추렴 같은 건 너무 촌스럽고 또/ 반문화적인데가/……/어느 해인가 형들이 다릿발에/ 개를 매달고 두들겨 패다가/ 목줄을 끊고 달아나는 바람에 한 나절/ 쫓아다니던 때도 있었다.// 다리 밑은 원래 그늘과 바람의 집이었으나…(후략) ‘복날 생각 혹은 다리 밑’ 일부 (이상국)
 

▲ 삼계탕.
▲ 삼계탕.

 

요즘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사철탕’ ‘보신탕’ ‘영양탕’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충청도에서는 이런 우스개소리가 떠돌았다. “개 혀?” “아뇨, 못 먹습니다.” “왜?” “없어서요” 시골에서는 이상국 시인의 시 내용처럼 다릿발에 개를 매달고 두들겨 패다가 개가 달아난 웃지못할 일도 많았다. 88올림픽을 전후해서는 개고기를 둘러싼 논란이 극에 달했다.

정약용은 개고기 애호가였다. 흑산도에 유배중이던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섬 안에 산개가 백 마리 아니라 1000마리도 넘을 텐데, 제가 거기에 있다면 5일에 한 마리씩 삶는 것을 결코 빠뜨리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편지에는 조리법도 들어있었다. “호마(들깨) 한 말을 부쳐드리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 또 삶는 법을 말씀드리면…”

개고기와 함께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었던 복날 음식은 삼계탕(蔘鷄湯)이다. 삼계탕의 원래 이름은 계삼탕(鷄蔘湯)이다.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닭보다 인삼이 귀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부터는 ‘삼계탕’으로 불렸다.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지금의 삼계탕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고,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한차례 장마가 지나고 가니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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