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연말 2021 울산국제아트페어가 개최된다. 일정과 장소는 12월9일부터 12일까지 울산전시컨벤션센터다. 하지만 울산지역 미술계 인사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행사 개최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도 극소수에 국한된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아트페어’는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공식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단순한 판매장 개념과는 다르다. 작가, 갤러리, 컬렉터 등이 함께 모여 동시대 미술정보를 공유하고 미술의 흐름을 가늠하며 수준높은 미적담론을 형성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한 도시의 문화수준을 대외에 알려주는 국제행사라고 할 수 있다. 국제아트페어는 마이스산업의 대표적 문화콘텐츠이기도 하다. 격에 맞는 넓은 공간이 있어야 유치할 수 있다.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갖춘 도시에서만 아트페어가 열리는 이유다. 그러므로 올해 4월 울산컨벤션센터가 개관한 이후 그동안 미뤄왔던 아트페어가 조만간 추진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제1회 울산국제아트페어’라는 상징성을 띤 문화행사가 ‘울산’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타 지역 기획사에 의해 치러지는 것이 밝혀졌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 개관으로 울산국제아트페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오던 지역 미술계와 컬렉터, 문화예술단체는 수년 간 컨벤션센터 건립만 기다리다 정작 개관 이후에는 소중한 기회를 자신도 모르는 새 남에게 빼앗긴 형국이 된 것이다.
지난 9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 대관신청을 접수한 기획사는 부산 해운대에 주소를 둔 D업체다. D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의·공학 분야 국제회의를 주로 치러왔다. 올해 울산국제아트페어를 치르게 된다면 미술분야 문화예술행사는 처음 기획하는 것이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울산국제아트페어는 90여개의 부스로 운영된다. 개별 부스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4·6m(60~70개), 5·7m(20개), 5·9m(10개) 세가지로 구성되며 대여비는 220만~370만원으로 알려졌다. 부스구매비용에는 울산시티호텔 3박4일 숙박료도 포함돼 있다.
해당 기획사는 이미 서울을 포함해 몇몇 울산지역 갤러리 관계자에게 행사개최 사실을 알리고 부스구입을 독려하는 메일까지 발송했다.
부산과 대구 등 타 지역 광역 지자체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국제아트페어 경우 별도의 운영위원회가 미리 구성되고, 해당 지자체가 후원기관으로 명시되는 등 신뢰도를 높여줄 만한 사전 정보가 많지만 울산국제아트페어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건 일정과 장소에 한정 돼 있을 뿐 구체적인 행사개요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울산국제아트페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려고 준비해 오던 울산지역 미술인단체와 갤러리어들이다. 이들은 느닷없이 발송 된 메일을 접한 뒤 기획사의 신뢰성과 울산시 등 공신력있는 공공기관이 이 행사와 어떻게 연계돼 있는 지를 파악하느라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울산시 문화예술관련 담당부서 관계자는 “우리 시에서는 최근에서야 정보를 접했다. 부산 지역 기획사가 주최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울산지역 갤러리 대표는 “정말로 아트페어가 추진되는 건 지 확신하기 어렵다. 조직위 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4~5개월 만에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를 뚝딱 만들 수 있겠나.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지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반면 또다른 갤러리 대표는 “일단은 부스를 신청했다. 코로나 이후 미술시장이 뜨면서 각 지역 아트페어가 성황을 이루는 상황이다. 울산지역 분위기와는 달리 타 지역 갤러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등 전국단위 갤러리들이 울산을 ‘부자도시’로 인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울산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아트페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D업체 관계자는 본사와의 통화에서 “서울지역 갤러리, 홍콩을 비롯한 해외도시 갤러리도 참가 접수 중이다. 운영위 구성은 진행 중이며 조직위원장은 아직 밝히기 어렵다. 울산시와 울주 등 지자체의 협력을 이끄는 작업도 시도 중이다. 본사는 부산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실질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은 울산지역에서 문화기획사를 운영한 인력이 투입돼 있다”고만 밝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