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울산 원도심 담긴 엽서 첫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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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울산 원도심 담긴 엽서 첫공개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7.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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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울산 선물 봉투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일제강점기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그림엽서 6763점을 20일 공개했다. 110년 전 지금의 울산 원도심 모습이 담긴 관광엽서가 처음 공개됐고, 일제가 조직한 관변단체의 사업내용도 처음 확인됐다. 당시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근대 울산사 연구에 학술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료 공개는 한중연의 지원으로 3년 간 진행된 ‘일제침략기 한국 관련 사진·그림엽서(繪葉書)의 수집·분석·해제’(신동규 동아대교수 연구팀) 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면서 가능해 진 것이다. 엽서의 주제는 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풍속·관광·문학 등으로 다양하다.

▲ 한중연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엽서들.
▲ 한중연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엽서들.

울산 관련 자료는 ‘울산 우편국 및 가학루’ 사진이 있다. 이 흑백사진은 1911년 발행됐다. 비슷한 시기 그 일원에서 촬영된 다수의 흑백사진이 이미 여러장 있지만, 한중연이 공개한 이번 사진은 처음 알려진 자료다. 부산야나기다인쇄소(釜山柳田印刷所)에서 인쇄된 것으로, 원래는 여러 장이 한 세트였으나 낱장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엽서에는 주인(朱印)으로 ‘蔚山郵使局及ひ駕鶴樓’라 찍혀 있다. ‘使’는 ‘便’의 오기로 보인다. 울산우편국은 원래 울산도호부의 형리청 건물을 이용하였으나 청사가 너무 협소해 1만2000원의 공사비로 100평 규모의 단층 목조 청사를 신축, 1928년 8월20일 경상남도 울산군 울산면 북정동으로 이전했다.(조선총독부 관보 제493호) 해당 사진에 1911년 8월8일 소인이 찍힌 것으로 보아 촬영날짜가 그 이전임을 알려준다.

▲ 한중연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엽서들.
▲ 한중연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엽서들.

일제강점기때 활동한 울산성지보존회(蔚山城趾保存會)가 발행한 기념엽서도 공개됐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관련한 이야기를 사진과 그림으로 구성한 것이다. 원래는 16장이 한 세트였으나 한중연의 자료에는 그 중 6장만 공개됐다. 울산은 정유재란 때 조명연합군(朝明聯合軍)과 왜군이 전투를 벌인 곳이다. 엽서의 그림은 모두 가토와 울산성(울산왜성)과 관련됐다. 조명연합군과 대립한 가토가 작은 배에 옮겨 타면서 연합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일화, 가토가 조선출병 중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이야기 등이다. 일본제국주의가 당시 울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굴절된 한국역사관을 심어줬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했음을 알려주는 뼈아픈 사료들이다.

그 시대 울산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기념품을 살 때, 이를 담아주던 봉투도 공개됐다. 외부에는 ‘울산기념품’(蔚山みやげ)’ 즉 ‘울산 선물’이라고 인쇄돼 있다. 봉투를 만든 곳은 후지와라상점(藤原商店)이었다. ‘みやげ’라는 일본어의 의미를 유추하면 가족이나 친지에게 선물로 건넬만한 울산의 토산물이나 울산의 명소 및 전경이 담긴 울산방문 기념엽서 등이 이 봉투에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 한중연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엽서들.
▲ 한중연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엽서들.

그 밖에도 한중연의 엽서 목록 중에는 전쟁, 군대, 통감부에 관한 내용을 담거나 제국주의 프로파간다(선동)를 표현한 자료도 있다. 욱일기 문양을 배경으로 한 제1회 국세조사 그림엽서에는 일본 무장의 활약, 일본과 조선은 같은 나라라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한중연 관계자는 “공개한 엽서 중에는 대한제국 시기와 국권피탈 전후의 귀중한 사료를 포함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다수 있다”며 “엽서 속 사진과 그림은 당시 상황을 시각적으로 잘 알려준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6700여장에 이르는 사진자료는 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waks.aks.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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