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6개월 20일…박상진 의사의 생애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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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6개월 20일…박상진 의사의 생애 되짚어본다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8.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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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박시규가 아들 박상진을 위해 지은 제문 ‘제망자상진문’(1923). 독립기념관 소장

100년 전 1921년 그 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11일 낮 1시에 대구감옥 사형장에서 박상진(1884~1921)의 교수형이 집행됐다. 36년 6개월 20일의 짧은 생을 살고 간 아들을 끌어안고 아버지 박시규(1861~1928)는 할 말을 잃었다. 아버지는 1923년 아들의 종상을 맞아 어찌할 수 없는 울분을 제문으로 남겼다. 자식과 대화하듯 묻고 답하며 써내려 간 글 속에는 아들 잃은 아비의 애잔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밤이면 어머님께서 너를 끌어안고 주무셨고 낮이면 아버님께서 등에 업고 놀기도 하셨는데, 마치 손바닥 안에 든 구슬처럼 여기셨다.…(꿈속에서)청포와 오관차림의 너는 나를 보자 옛날 살았을 때처럼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꿈을 깨고 나서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시를 한 수 지었다. …끝없는 이 원통함을 누구에게 전하랴. 5년 동안 남과 북으로 수없이 쫓아다닌 것은 너의 목숨을 꼭 살려보려 한 것인데, 너는 끝내 죽음을 당연한 일로 알고 그만 가버렸다. 너의 죽음이 오히려 나의 산 것보다 낫다고 하겠다….’

울산박물관이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을 마련한다. 무단통치가 극심했던 1910년대 국내 독립운동 단체 중 유일하게 전국적 조직을 갖추고 의협(義俠)투쟁을 벌였던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를 다시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박 의사의 사형집행 하루 전인 8월10일 시작되고, 올해가 마무리되는 12월19일까지 이어진다.

1부 ‘세상에 태어나다’에서는 박상진의 조부(박용복), 친부(박시규)·양부(박시룡)와 관련한 자료를 보여준다.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스승 왕산(旺山) 허위(許蔿, 1855~1908)를 조명해 박상진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를 더 한다.

2부 ‘더 넓은 세상을 만나다’에서는 1902년 서울로 올라간 이후, 신학문과 사상을 받아들이고, 동지들을 규합하였던 수학기를 살펴본다. 이 시기 박상진은 양정의숙에 진학해 법률을 공부했고, 신돌석·김좌진·헐버트·이준 등과 교유했다. 교남교육학회 가입으로 애국계몽운동에 참여했으며 1905년에는 중국 톈진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다.

3부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에서는 1910년 판사 등용 시험에 합격했지만 부임하지 않고 독립투쟁의 길로 들어섰던 박 의사를 조명한다. 그는 1915년 의병 계열과 계몽운동 계열을 통합, 광복회를 결성해 대표인 총사령에 추대됐다. 광복회는 민족운동 세력을 규합해 독립을 목적으로 무장투쟁을 벌인 대표적 비밀결사대로 의열투쟁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했다. 1910년대 국내 독립운동의 공백을 메우면서 민족역량이 3·1운동으로 계승되는 기반을 제공했다. 전시장에는 광복회의 선행조직, 결성, 조직 및 주요 활동, 관련 신문기사가 소개된다.

이와함께 박상진 의사의 생애와 광복회와 관련된 100여 점의 자료와 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 연계 행사로 박물관에서는 오는 27일 박상진 의사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전국에 있는 박상진 의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답사 프로그램과 특별전시를 해설하는 ‘전시 기획자(큐레이터)와 대화’도 마련된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눈높이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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