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극단이 전국 최고의 연극경연무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공연제작소 마당은 창작연극 ‘천민, 굽다’로 국내 최대 연극축제인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영예의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연출상, 우수연기상, 신인연기상까지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8일 예천군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 시상식에서 공연제작소 마당(대표 허은녕)이 대상과 3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작품을 무대화 한 고선평 연출가는 연출상을 받아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주연으로 열연한 정재화 배우는 연기상과 1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광백역으로 함께한 김영춘 배우에겐 신인연기상이 돌아갔다.
울산지역 극단이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건 2005년 극단 울산의 ‘귀신고래 회유회면’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수상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연극제와 달리 서울 대표팀까지 포함된 명실상부 최고의 연극제에서 울산 연극이 최고임을 알리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데 의미가 있다. 공연제작소 마당의 수상 소식에 연극을 비롯한 울산지역 문화예술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더없이 값진 결실을 얻었다며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연극 ‘천민, 굽다’(희곡 김진·연출 고선평)는 울산12경 중 하나인 외고산 옹기마을을 콘텐츠로 활용한 공연이다. 극단 마당은 지역 예선과정인 울산연극제에서 이 작품을 선보였고, 당시 도출된 문제를 극복하고자 출연배우와 무대세트 등에 공을 들인 뒤 본선무대인 대한민국연극제에 올랐다. 수십년간 지역연극을 이끌어 온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새로운 색깔의 신진 배우들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출연배우는 정재화, 허은녕, 황병윤, 황성호, 김영춘, 김민주, 김종아, 김성대, 백운봉, 김수미, 하다효지, 노희정, 박상훈, 이태호, 이상주, 강혜경, 류호정, 이승은, 이태연, 정희엽 등이다.
주인공은 옹기장이 배덕이다. 그는 1592년 임진년 난리 속에서 끌려가는 부모의 뜻에 따라 자신보다 더 작은 옹기 속에 몸을 숨겨야 했다. 뒤틀린 골격 때문에 그의 몸은 꼽추가 됐고, 사람들은 그를 부모 버린 자식이라 손가락질했다. 천민 중의 천민인 꼽추 배덕은 양반 김충헌의 도움으로 옹기장이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김영춘 배우는 “울산연극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겠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꼽추 연기로 무대를 압도했던 정재화 배우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무대에 서면 부족함을 느낀다. 희망을 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연출상을 받은 고선평 연출가는 “울산의 역사적 이야기를 무대화 할 수 있어서 뜻깊고 감개무량했다. ‘천민, 굽다’는 시대극이지만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임을 알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단 마당 대표이자 울산연극협회장인 허은녕 대표는 “배우들에게 ‘대통령상’을 주지않고는 못배기도록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모든 배우가 죽기살기로 했다. 울산예총 식구들은 버스까지 대절해 현장에서 응원해 주었다. 이 모든 분들이 있어 이번 수상이 가능했다. 열여덟에 연극을 시작했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직 연극이 너무 좋다. 정직하고 상식있는 연극인이 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올해 열린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는 7월17일부터 8월8일까지 23일간 안동문화예술의전당·경북도청·예천군문화회관 등에서 치러졌다. 전국 16개 지역극단이 본선경쟁을 펼쳤고, 5편의 초청공연과 8개 극단의 네트워킹페스티벌도 선보였다. 9명의 심사위원단을 대표해 김삼일 심사위원장은 “폭염과 코로나 속에서도 연극을 향한 열정과 창조적 자세가 돋보였다. 탄탄한 희곡을 기반으로 수준 높은 연극을 더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