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국제갤러리부산에서 개막한 박진아 작가의 개인전은 일상의 의도하지않은 상황이 특별한 그 무엇이 되어 우리에게 새롭게 비춰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박진아 작가는 수십여 장 스냅사진을 활용해 단 한 점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에게 사진은 그림 작업에 앞서 꼭 필요한 도구다. 특별할 것 없는 수많은 장소에서 늘 사진을 찍는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으나 사진 속 우연히 발견한 순간들을 재구성하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소중한 찰나’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에는 사람, 풍경, 각종 상황들이 담긴다. 전시장의 움직임들, 공연무대의 사전 리허설, 밤 시간대 공원에서의 다채로운 표정들이다. 박 작가는 ‘회화’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평범한 순간들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제목 ‘휴먼 라이트’(Human Light)는 전시작품 대부분에서 자연의 빛 혹은 인공조명의 역할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이또한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밤’(night)을 배경으로 했거나 공연·전시장면을 수년간 작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러한 결과물이 모아진 것이라고 알려준다.

전시작품 중에는 박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인 국제갤러리부산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다. 갤러리의 한 직원이 붉은색 출입문 속 창고에서 미술품을 포장하는 장면이다. 대상은 이목구비의 묘사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자세만으로도 그가 미술을 대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대상을 소중하게 다룬다.
이처럼 박 작가의 작품은 ‘타인의 시선에 무감한 채로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는 순간의 시공간’을 품고 있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순간이 새로운 물질성과 시간성을 입게 된다.
박진아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런던첼시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9월12일까지.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