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장애인도 쉽지 않은 구강 관리는 스스로 치아 관리가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더욱 커다란 난관이다. 여기에 장애인이 적기에 치과 치료를 받는 비율은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 장애 재활·치료에 집중하다 관리나 치과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상태에 이른 후에야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신체장애인은 치과 치료 협조가 가능하기에 별다른 무리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치과 진료에 두려움이 있고, 오랜 시간 의자에 누워있는 것이 힘든 경우 치과 진료를 꺼리게 된다. 하지만 이제 울산에서도 중증 장애인을 위한 거점치료기관으로 울산대학교병원에 ‘울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치과 영역 중증 장애인 치료 방법과 센터의 역할에 대해 서정민 울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장과 함께 알아본다.

◇진료실에 대한 거부감 깨기
중증 장애인 환자의 경우 전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힘들었던 기억이 다들 있다. 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특히, 치과 진료는 아프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 쉽기에 진료실 분위기나 직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때가 많다.
진료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들어와서도 진료 의자에 누워서 검진받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저항이 너무 심하면 전신 마취 후 구강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협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가장 효율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전신 마취의 경우도 비장애인 환자와 다른 점은 없다. 일반적인 마취 유도과정처럼 정맥 주사를 놓고 환자가 진정되면 코를 통해 기관 내 삽관을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모든 치과치료가 끝난 뒤 30분 내 의식을 회복하면 경과를 지켜보고 당일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서정민 울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장은 “전신 마취는 외래진료가 불가능할 때 선택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경제적 부담과 막연한 불안감에 한 번에 모든 치료가 끝나길 바라는 경우가 있다”며 “대학병원 전문의 등과 함께 마취 전 평가를 거쳐 세심하게 평가하고 마취 전후 상태를 관리하기에 걱정과 부담감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과 진료 수면 마취 상태로 힘들어
수면 마취는 정맥 마취를 통한 깊은 진정법에 속한다. 환자가 깊은 진정 또는 깊은 수면에 놓이더라도 자발적인 호흡은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치과 치료를 받을 때는 입을 크게 벌려야 하기에 기도를 유지하며 자발 호흡을 하기에 불리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치과 치료는 물을 사용하지만 수면 상태가 되면 환자가 물을 온전히 머금지 못하기 때문에 입안에 고인 물이 기도로 흡입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호흡기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어 깊은 수면 상태에서 치료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물론 환자의 때에 따라 물을 사용하지 않는 30분에서 1시간 미만의 간단한 치료의 경우 수면 마취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치과 치료 거점기관 울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센터는 장애인 복지카드 소지자와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치매 환자, 중증 근무력증 환자, 파킨슨 환자 등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치료 진료의 특성상 길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진료 기간이 걸리는 만큼 반드시 예약하고 직접 방문해 향후 진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스케일링이나 불소도포 등 예방 진료부터 충치치료, 잇몸치료, 발치, 보철 치료까지 치과에서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치료가 가능하도록 시설을 갖춰 놨다. 여기에 장애인전용 출입구는 물론이고, 전동휠체어 충전시설, 점자 안내판 등도 설치해 장애인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했다.
치료 역시 장애인용 치과 치료 의자는 물론, 누워서도 방사선 사진 촬영과 CT 촬영이 가능한 장비가 설치가 갖춰져 있다. 또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이동식 방사선 촬영 장비와 안전을 위해 신체속박기구(패디랩) 등도 준비됐다.
서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장애 환자들은 칫솔질을 통한 위생관리가 쉽지 않고 치과에 내원하기가 어려우므로 치과적인 문제를 염려해 보호자들이 전전긍긍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환자 개인마다 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므로 현재의 구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취약한 부분을 특별히 신경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센터장은 “잇몸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6개월에서 1년마다 스케일링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반 치과에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의 경우 울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 거점기관으로 장애인 구강 진료와 예방활동을 위한 지역 의료기관과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상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