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문화계의 원로 박종해(사진) 시인이 산수(傘壽 : 80세를 이름)를 맞는 기념 시집 <팔색조의 꿈>(언어의집)을 펴냈다.
시집은 1부 ‘단장’에서 시작돼 2부 ‘묵상’, 3부 ‘주소불명’, 4부 ‘현지’, 5부 ‘해처럼 달처럼’까지 모두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작고 약한 것이 실은 강하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노자의 사상을 추구한 시편을 담았다. 시집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은 산수 기념 시집답게 문화계 원로로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 겸손을 지향한 시를 수록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안한 사회상 극복을 희망하는 시편도 담았다.
‘말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있고 / 모함이 생기고 / 말이 말잔등을 타고 천리만리를 퍼져나가 / 끝내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 신종 코로나는 말을 하지 말고 입을 닫으라는 신의 계시다. / 말을 못 하다록 마스크를 끼고 입을 다물라는 신의 계시다.
-말(言)이 말(馬)잔등에 걸터 앉아 중에서
‘아직도 마스크의 뜻을 해독하지 못한 사람들은 / 세 치 혀로 칡덤불처럼 얽혀 서로 할퀴고 있다 / 이심전심, 침묵의 언어가 참 언어임을 깨닫기 전에는 /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 유령들의 음울한 주술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묵언계시록1 중에서

박 시인은 “이번 시집은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살아온 팔십 평생 자책과 성찰의 삶을 정리한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름답고 신비한 색을 품은 팔색조처럼 다양한 생각을 담는 여생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해 시인은 1968년부터 울산문협, 1972년부터 잉여촌 동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울산예총 회장, 울산북구문화원장 등을 역임했다. 울산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 한국예총예술문화대상, 이상화 시인상, 울산문학상, 랑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