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사투리가 ‘동시’로 완성됐다.
사투리로 시를 쓰는 동시작가 박해경씨가 새책 <우끼가 배꼽 빠질라>를 내놓았다.
박 시인은 평범한 사투리를 따듯한 시어로 바꾼다. 동시집엔 배꼽이 빠질 것처럼 웃다가 결국 행복해지는 동시들이 수두룩하다. 사투리는 반 시어보다 더 깊은 삶의 흔적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의 동시는 울산이라는 지역성을 넘어서도,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삶의 보편성을 담아낸다.

어린 조카의 눈높이로 돌아 본 자매의 옛 추억이 동시로 재현된다. ‘배꽃아가씨 선발대회에서/ 두번이나 떨어진 막내이모/ 세번은 나가봐야지 라며/ 올해 또 나간다고 한다// 니 와 그라노?/ 거울 쫌 봐라 니가 배꽃인 줄 아나?…’-‘니와그라노’ 중
할머니의 위풍당당 오답에도 웃음이 묻어난다. ‘할머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뭐예요?// 그것도 모리나?/ 엘리베이트산 아이가!…’-‘우끼가배꼽 빠질라카네’ 중
아무리 좋은 단짝이라도 세상엔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오묘한 인간의 심리는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석훈이와 둘이서만/ 사진 찍으려고 서 있으면/ 잠깐! 잠깐! 달려 와/ 석훈이 팔짱끼는 하윤이/ 사진 찍을 때마다 끼어드는 하윤이 정말 매깔스럽다.’-‘매깔스럽다’ 중
자화상 그리는 미술숙제 중에는 찰나의 실수가 돌이킬 수없는 결과를 낳는다. ‘…까만 물감/ 툭 튀어/ 이마에/ 커다란 점하나 찍혔다.// 아뿔싸! 내 얼굴 배리뿌따.’-‘배리뿌따’ 중
또다른 동시에는 도깨비가 나오는 할머니의 이바구(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돌아가신 할머니를 늘 자태(곁에) 두고 싶어 하는 엄마가 주인공이다. 이처럼 책 속에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고, 누군가는 자주 쓰는 말일지도 모를 사투리가 이렇게나 자주 등장한다.
전병호 시인은 시집을 읽고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도 넘치는 밝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그것은 순전히 그의 긍정적 가치관에 크게 세례를 받기 때문일 것”이라며 “어린이는 물론 동심을 사랑하는 어른들에게도 그의 동시를 적극 권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박해경 시인은 2014년 아동문예 동시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동시집 <딱! 걸렸어> <두레 밥상 내 얼굴> 등을 냈다.
그림 박미나. 책내음. 울산문화재단 창작지원.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