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전여전(父傳女傳)이다. 문화예술감성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고스란히 이어받은 아버지와 딸이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한 예술창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행사가 마련된다.
주인공은 아버지인 도예가 이태우(78)씨와 딸인 이민정(48) 다큐영상 전문가이자 대경대 방송영상과 조교수다. 울산시 남구 두왕동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 수년 간 대곡천과 반구대암각화를 오가며 인근 동네 마을사람들과 오랫동안 교류해 왔다. 이에 영감을 받아 아버지는 평생을 이어 온 도자공예를, 딸은 영상 속에 대곡천의 현재를 기록해 왔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이 이번 주말 공개된다.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이며 장소는 대곡천 반구대암각화 진입로의 ‘반구대암각화사진속으로’다. 전시회 제목은 ‘반구대 사람들’. 그 아래 ‘이태우·이민정의 도자영상전’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이번 행사는 ‘사회적협동조합 반구대암각화 대곡리 주민보전사업단’의 제안으로 12월에 개최될 도자영상전 본행사에 앞서 마련한 ‘프레’(사전)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상징성을 갖춘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다.
울산이 고향인 이태우 작가는 20여년 전부터 반구대 암각화를 모티프로 한 도자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그 중 대형 부조와 대형 주전자 등은 울산광역시청에 설치돼 있다. 이번 전시는 암각화의 개별 그림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바위그림 이미지를 각각 조각내어 만든 작품을 보여준다. 24절기를 뜻하는 스물네개 조각들은 수천 년 이어져온 암각화의 실존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사계절을 의미하는 4개의 도자병도 전시한다.

이민정 교수는 지난해부터 반구대 사람들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 반구대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평균 주 2회씩 대곡천을 방문한다. 이번 주말 행사에서는 마을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 중 20분 분량의 ‘그녀, 손방수’를 공개한다. ‘반구대 사람들’ 시리즈의 첫 편에 해당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카메라에 담아 온 반구대 사람들의 모습을 짧은 몽타주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태우 작가는 “반구대암각화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한 것만도 10여 회가 넘는다. 이번엔 딸과 함께 하는데다 직접 반구대 마을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더 의미있다. 집안 대대로 보관해 오던 고서가 있다. 반구대에 대한 기록과 함께 반구대를 주제로 한 한시도 들어있다. 이번 전시기간 이를 마을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민정 교수는 “대곡리 이장님 등 마을사람들의 도움으로 1년 넘게 영상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이번 주말 실시할 사전행사가 마을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마을번영을 위해 새로운 동력을 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