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역사문화의 속살을 더 깊이, 자세히 알려주는 새책이 나왔다. 고전번역가, 건축학자, 디자이너가 쓴 우리 역사와 문화재 관련 신간 3권을 소개한다.
플레져미디어가 내놓은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는 문화재위원회 위원장과 한예종 총장을 지낸 건축학자 김봉렬 한예종 교수가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엮고, 아름다운 사진을 넣어 만든 단행본이다.
책 이름을 접하면 건축 서적 같지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군위 사유원 등 현대 건축물을 제외한 나머지 사례는 모두 문화재이다. 처음 등장하는 건축물이 선사시대 무덤인 고인돌이고, 다음에는 고구려 국내성과 장군총을 다뤘다.
김 교수는 위대한 건축이 탄생한 과정과 완성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간결한 글로 정리한다.
예컨대 고창 운곡리 고인돌은 300t에 이르는 돌덩어리를 올려 고정한 사실에 주목하고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이 실현되면 감동은 극대화된다”고 말한다.
이어 부족 공동체의 협업 작품인 고인돌은 마을을 향한 쪽이 정면이고, 보기에 아름다운 면이 정면이라고 알려준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운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가 쓴 ‘우리 미술 이야기 2’는 고려시대 공예품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부제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인 이 책은 지난해 ‘한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1권이 나왔으나, 2권은 책명을 바꿨다. 출판사는 더블북으로 동일하며, 5권까지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고려청자가 청색이 아닌 녹색이고, 녹색 중에서도 채도가 낮은 ‘올리브그린’임에도 색이 아름답다고 칭송받은 이유는 ‘마음의 눈’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고려청자의 색이 예쁘다”는 생각이 주입된 결과일 뿐, 과학적 근거는 빈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사 측면에서 고려청자가 발달한 과정을 톺아보면 옥을 만들기 위해 청자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12세기 전성기 고려청자의 밝고 은은한 색상은 옥과 거의 같아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조선후기 학자인 서유구(1764~1845)가 남긴 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동물을 기르고 사냥하는 방법을 정리한 ‘전어지’(佃漁志)가 번역 출간됐다.
내용은 크게 가축을 기르는 목축, 물고기를 양식하는 양어, 꿀을 얻으려고 벌을 키우는 양봉으로 나뉜다. 말을 시작으로 소·당나귀·노새·양·돼지·개·고양이·닭·거위·오리·물고기·꿀벌·사냥·고기잡이와 낚시에 관한 글이 이어진다.
전어지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동물은 물고기다. 어류의 명칭을 고증하고 생김새·습성·맛·잡는 법·용도 등을 적었다. 서유구는 “물고기 이름에 사투리가 잡다하게 섞여 매우 엉터리여서 이름과 모양을 고찰했다”고 밝혔다.
어류에 관한 내용이 풍부해 정약전이 편찬한 ‘자산어보’, 김려가 집필한 ‘우해이어보’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어류학서로 꼽히기도 한다. 전어지는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달리 민물고기도 다룬 점이 특징이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