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0)]태풍의 계절
상태바
[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0)]태풍의 계절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9.1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달 24일에는 오마이스가 울산 태화시장을 물바다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찬투 (Chanthu)가 우리나라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찬투는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태풍으로, 꽃의 한 종류다. 태풍은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리는 파괴적인 자연 현상이다. 그 태풍의 이름이 꽃 이름이라니. 반어법도 이런 반어법이 없다.

자정,/ 창틀 부딪히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깨었다./ 실내는 정적에 싸여 있는데/ 밖은 온통 몰아치는 태풍이다.// 찢어진 하늘에서 내리는/ 폭우,/ 어둠을 제치고 달려드는/ 바람,/ 여름밤은 알몸으로 떨고…. ‘난초’ 일부(오세영)
 

▲ 2016년 차바 때의 광경
▲ 2016년 차바 때의 광경

태풍(颱風)은 태풍 태(颱)와 바람 풍(風)이 합쳐진 단어다. 순 우리말로는 모든 것을 싹 쓸고 간다는 뜻의 ‘싹쓸바람’을 일컫는다. 사람들 중에는 태풍을 太風(태풍) 또는 泰風(태풍)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颱(태)자는 오로지 태풍과 관련된 의미로만 쓰인다.

태풍이라는 용어는 typhoon을 음역한 것이라는 설도 있고, 반대로 중국어 방언이 typhoon의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재미있는 건 typhoon과 태풍의 소리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typhoon의 어원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폰(Typhon)에서 찾는다. 티폰은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와 거인족 타르타루스 사이에서 태어난 용이다. 그는 100마리의 뱀 머리와 강력한 손발을 가진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인 괴물이었다. 이에 제우스는 티폰의 능력을 거의 제거시키고 폭풍우 정도만을 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그 정도만 해도 인간들에게는 충분히 파괴적이었다.



비가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멈추지 마라’ 전문(양광모)



태풍의 이름은 14개 지역으로 이루어진 태풍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각 회원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 이름을 토대로 목록을 만들고, 태풍이 발생한 순서대로 번호와 이름을 붙인다. 태풍 앞에서 인간은 촛불처럼 나약하다. 그러나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거센 태풍이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