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과 음식의 경계 ‘영양제’
영양제는 한 마디로, 영양을 보충하는 약이다. 각종 영양소 성분을 배합해 정제나 음료 형태로 만들어 복용과 체내 흡수를 쉽게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얹어지는 만큼 복용하는 영양제도 늘어난다.
두 가지 이상 약을 중복해서 복용하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약과 음식의 경계에 있어서 미묘하게 잘 언급되지 않는 것이 영양제다. 영양제는 여러 영양소 성분을 먹기 쉽고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것, 건강증진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인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영양제를 ‘몸에 좋은 음식을 압축해 놓은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모든 식사를 영양사가 짠 식단대로 먹는다면 영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식사로는 필요한 영양을 다 섭취할 수 없으니 영양제를 먹는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는 “최근 홈쇼핑 채널에서도 수없이 광고해 쉽게 살 수 있는 영양제는 약과 달리 몸에 좋은 ‘음식’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영양제 복용 여부를 전문가에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며 “사람의 몸은 균형이 중요하기에 약을 조제할 때 필요한 성분이 적절히 배합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영양 성분도 ‘과유불급’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소도 균형 있게 섭취해야
개인이 살 수 있는 영양제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나눠진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영양제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 또 엄격한 생산 기준과 임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예방 및 치료’라는 효과를 제품 포장에 표시해야 한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만든 ‘식품’이기 때문에 의약품처럼 ‘예방 및 치료’ 효과는 광고할 수 없다. 다만 추천 용량까지 복용하면 대개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현재 과학기술 범위 내에서 안전이 인정된 것이지, 다른 음식·약물과 함께 먹었을 때의 영향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영양제 포장에는 영양 성분과 함량과 함께 하루 영양 섭취 기준 대비 비율도 적혀 있다. 영양 섭취 기준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건강한 사람이 질환을 예방하고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섭취량이다.
정 약사는 “여러 가지 영양제를 함께 먹을 때는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이 영양 섭취 기준을 참고해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영양이 결핍되면 몸 안의 대사가 잘 일어나지 않거나 상처 회복이 잘 안 될 수 있고, 과잉되면 그 성분에 대한 독성이 나타나는 것과 함께 만약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서로 영향을 미쳐 약의 효능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마다 영양제 복용법 달라
많은 사람이 먹는 영양제도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영양제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 효능을 저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할 경우 녹황색 채소 등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K가 다양 함유된 음식이나 영양제 복용을 피해야 한다.
또 결핵약 중 하나인 이소니아지드는 비타민B6의 효과를 방해, 신경독성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서 처음부터 비타민B6와 함께 처방한다. 만약 자신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있다면 지나치게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기에 의사나 약사에게 꼭 알려야 한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영양제는 하루 중 언제 복용해도 상관없다. 다만 위장관계 부작용 등을 예방하려면 대개 식사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 A, D, E, K는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에 도움이 된다.
반면 철분제는 공복에 흡수가 잘 되기는 하지만, 공복에 영양제를 먹으면 속 쓰림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식사와 함께 복용하기도 한다. 또 영양제는 유통기한을 잘 확인하고, 온도 25℃ 이하의 서늘한 곳과 습도 70% 미만의 건조하고 어두운 장소에 보관해서 복용 기간 내내 효과가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 약사는 “영양제마다 복용하는 방법과 양이 각기 다르기에 표시된 정보를 잘 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 복용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도 영양제도 내 몸을 위한 것으로 각자의 몸 상태와 복용 중인 약이 적절한지 확인하고 나와 가족의 건강, 질병 관리에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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