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3)]지천의 코스모스, 그리고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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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3)]지천의 코스모스, 그리고 우주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10.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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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태화강국가정원에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지천(至賤)’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더할 나위 없이 천함’ 또는 ‘매우 흔함’으로 나와 있다. 천(賤)하게 여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쾌청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천함’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고귀한 꽃으로 다가온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가수 김상희가 부른 노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은 귀뚜라미와 함께 오는 가을의 전령사다. 10월 초입의 가을 노래 1순위는 단연 이 노래다. 이어 10월 중순이 지날 때쯤에는 신계행의 ‘가을 사랑’이 음악프로를 장악한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은 작사가 하중희가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보고 노랫말을 짓고, KBS경음악단장이었던 음악인 김강섭이 곡을 붙여 1967년 가수 김상희가 발표했다.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에 춤추는 듯한 리듬과 김상희의 경쾌한 목소리가 어울려 가을정취를 제대로 표현한다. 최근 김상희는 울산 중구의 홍보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스모스는 구한말 개화기 때 멕시코에서 들어왔다. 10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면서 우리나라 꽃이 됐다. 그러다가 ‘살사리꽃’이라는 우리 이름도 얻었다. 꽃대가 약해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졌다.

코스모스(cosmos)는 18세기 말 쯤 스페인 식물학자 안토니오가 직접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지었다. ‘코스모스’는 우주, 질서, 조화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혼돈’이라는 의미의 카오스(chaos)와 대응하는 말이다. 유니버스(universe)가 공간개념의 ‘대우주’라면 코스모스는 우주만물의 ‘질서’라고 하겠다. 혼돈과 암흑의 세계에 빛과 질서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코스모스’라고 부른다. 미국 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우주의 질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주는 넓지만 인간은 결국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수구초심이라고나 할까. 나훈아는 노래 ‘고향역’에서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라면서 고향길을 안내한다. 결국 대우주는 고향과 어머니의 품 속에 있는 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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