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aehwa River Eco Art Festival·TEAF2021)가 14일 개막한다. 전시는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일원에서 오는 11월7일까지 이어진다.
요즘 철새공원은 절정의 가을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높아진만큼 푸르러진 가을 하늘은 초록의 들판과 빛나는 강수면과 대척되며 도심에서는 잘 누릴 수 없는 광활한 자연의 풍광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그 한가운데에서 개최된다. 작가적 상상력에서 발현한 대규모 현대미술작품들이 대지, 나무, 풀밭, 공중 가릴 것 없이 입체적인 모든 공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관람객을 맞는다. 시민들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청정자연을 만끽하며 의외의 장소에서 예술작품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올해 전시작품을 하나로 묶는 대주제는 ‘누구의 눈에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Unhidden,Unseeable)이다. 일본의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의 저서 <단편적인 것의 사회화>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과도 연관된 심오한 주제다.
박소희 TEAF2021 예술감독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 상황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격변하는 현상 속에서 시각문화의 역할을 고찰하고자 한다. 직접적인 접촉을 피해 비대면·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물리적으로 우리가 머무는 거처를 의미하는 ‘집’의 의미를 작가 개인의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직조하는 작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국동완, 김시하, 김영우, 김인배, 뚜따꿉, 마날 알도와얀, 무라카미 사토시, 민예은, 아디티, 조쉬, 에미 스켄스베드, 조경재, 해롤드 멘데즈까지 6개국 출신의 참여작가(팀)들이 제안한 시안에 따라 지난 2주간 현장에서는 하루도 거르지않고 총 12점의 설치미술 작업이 진행됐다.
작가적 상상력 속에서 거주공간인 오늘날의 ‘집’ 개념은 때로는 새장이나 우리처럼 우리를 가두고, 자유로운 영혼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면서,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을 좇아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경상일보가 2007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올해로 15회차를 맞았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현대미술과 도시의 특성을 융합한 대한민국 첫 국제설치미술축제다.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태화강이라는 울산의 랜드마크와 실험적인 현대미술이 어우러져 울산을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