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 2021, 지금 현장은!]리턴볼의 모습에 현대인의 ‘회귀본능’ 대입
상태바
[TEAF 2021, 지금 현장은!]리턴볼의 모습에 현대인의 ‘회귀본능’ 대입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7일 오전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일원. 김인배 작가의 설치미술 옆에서 어린이 단체관람객들이 야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보가 주최하는 2021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 2021)가 14일 개막했다. 올해 전시는 오는 11월7일까지다. 예년보다 두배로 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즐기지 못하는 한계상황과 그에 따른 아쉬움을 여유로운 일정으로나마 충족하고자 함이다. 탁 트인 야외 전시장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문화의 장이다. 게다가 시각예술 최일선에서 설치작업으로 현대개념미술을 완성해 온 미술작가와 그들의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이에 본보는 전시 일정이 마무리되는 그 날까지 매일 아침 현장을 방문하여 하루에 한 작품씩 설치작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작가의 의도를 알아보고, 이를 실현시킨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며, 시민들의 관람평도 덧붙인다.



17일 오전 내내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현장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40여 명 어린이들이 버스 두 대에 나눠타고, 이른 아침 부산을 출발해 태화강국가정원에 당도한 터였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작품과 작품 사이 너른 풀밭을 뛰어다니며 놀기 바빴다. 이들 중 몇몇은 풀밭 가득 널브러진 까만색 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누군가 놔두고 간 장난감 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두개가 아니었다. 축구공 보다는 한참 작고, 테니스공 보다는 조금 컸다. 이같은 공이 어림잡아도 수백개는 넘는 듯 했다. 눈대중으로 따라가니, 모든 공은 커다른 원형의 형태로 놓여져 있다. 지름이 25m나 되는 큰 원이다. 모든 공에는 새까만 고무줄도 달려있었다. 라켓으로 공을 치면 다시 되돌아오는 ‘리턴볼’과 똑같다. 하지만 그런 것을 살필 겨를도 없이 마음 급한 아이들은 두 손으로 공을 들어 던지기 놀이부터 했다. 발길질로 ‘슛’을 날리는 아이들도 많았다. 두 발로 공을 딛고 트위스트 스텝을 밟는 아이도 있었다. 튕겨지듯 공중으로 뻗어가던 공은 고무줄 탄성에 따라 이내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김인배 작가의 ‘나는 늘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이날 아침 아이들이 보여 준 행동을 이미 예견한 작업이다. 어디로 가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리턴볼’에 현대인의 자아를 대입시킨 것이다. 커다란 원형은 올해 전시의 키워드 중 하나인 ‘집’을 의미한다. 작가는 오늘날의 ‘집’ 개념을 ‘나갔다가 들어오는 반복된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 추상적 개념’으로 이해한다. 원형의 빈 공간이 집이라면, 각각 다른 모양을 그리며 되돌아오는 공은 파편화 된 개개인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같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여 본인의 생각을 시각예술로 완성했다. 다만, 도가 지나친 열성적 참여를 우려한 듯 안내판에는 이런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을 향해 공을 던지지 마세요.’ ‘공이 고무줄에 매달려 있어요, 발밑을 조심해 주세요.’ 무엇보다 ‘줄을 세게 잡아당기지 마세요. 공이 빠집니다.’ 이날 하루 고무줄이 끊긴 리턴볼은 40개가 넘는다고 했다. 글·사진=홍영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