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주제는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라고 했다. 다소 어렵다. 리티카 비스와스(Ritika Biswas) 전시감독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공통 형질인 ‘물’을 통해 교감하고 변화하는 흐름을 그려내고 바다를 연대의 장으로 포용한 작업들을 선보인고자 했다”고 알려줬다.
올해 미술제는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특별했다.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빛과 석양의 농도에 따라 낮에 본 그 작품이 다르게 느껴졌다.
지안딘의 ‘노송과 갯마을’이 특히 그랬다. 다양한 색상의 그물망이 시간대별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줬다. 해가 완전히 진 밤 시간대 관람은 작품에 덧붙여진 조명이 큰 역할을 했다. 하천을 앞에 두고 건너편 아파트의 벽면을 활용해 보여지는 김안나의 영상작업 ‘오션머신’은 고루할 것 같은 갯마을에 변화를 일으킨 시도로 느껴졌다. 버려진 자개농 문짝들을 활용한 김경화의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색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검은 알’ 그 자체였다. 작품 언저리는 올해 바다미술제를 알리는 인증샷 공간으로 자주 활용됐다. 대나무로 만든 리 쿠에이치의 ‘태동’ 역시 마찬가지.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기 보다는 대나무의 직조된 결을 통해 공존해야 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성찰토록했다.
애초 올해 바다미술제는 20대의 외국인 감독이 기용되면서 시험대에 올랐었다. 신종코로나 때문에 개막까지 쉽지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22점의 미술작품을 모래사장 위에 일렬로 세웠고, 13개국 36명 작가들이 참여한 모든 작업들이 관람객과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미술작업은 백사장 뿐 아니라 그 동네 하천과 다리, 카페와 아파트 벽면, 작은 공원과 마을회관에 이르기까지 바다와 인접한 삶의 공간까지 점령했다. 예술과 일상의 공존, 그 점이 바로 젊은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점이라고 했다. 전시는 11월14일까지.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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