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 2021, 지금 현장은!]동화속 나라 연상케하는 작품, 사람들에 의한 변화과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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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F 2021, 지금 현장은!]동화속 나라 연상케하는 작품, 사람들에 의한 변화과정 실험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20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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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에 전시된 민예은 작가의 ‘유동적 세계: 유기체의 분화’의 모습.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이 부딪히며 반응하는 정도를 보여주고자 했다.
멀리서 살펴 본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뾰족한 삼각원뿔 여러 개가 풀밭 위로 쑥쑥 솟아있는 것이 눈에 띈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레고’ 장난감의 나무틀과 닮았다. TV에서 봤던, 파란 요정 스머프의 버섯집 같기도 하다. 바닷빛이 감도는 청록의 색감이 시원하다. 대낮의 환한 햇살과 높푸른 가을하늘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웬걸. 가까이 다가가니 환상이 깨진다. 예쁘고 앙증맞을 것 같던 그 작품 표면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발이 스쳐지나간 듯 온갖 생채기로 가득하다. 삼각원뿔은 갈라지고 깨지고 으스러져 있다. 바닥에는 흙 묻은 운동화가 밟고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뾰족 구도의 뒷굽인 지, 지팡이를 짚은 것인 지, 가느다란 꼬챙이로 쑤셔놓은 듯한 상처도 많았다. 작품 몸체를 만든 대부분의 재료는 바로 점토였고, 그나마도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였다.

민예은 작가의 ‘유동적 세계: 유기체의 분화’는 이처럼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민 작가는 작품이 전시되는 동안 일어날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듯 하다. 작품안내 게시판의 설명에 따르면 민 작가의 작업은 가변성과 유동성을 실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작가는 나무, 풀, 꽃, 강 등을 배경 삼아 단순한 형태와 색상의 조형물을 점토로 만드는데, 이를 딱딱하게 고정하지 않은 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에 부딪히며 반응하는 정도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 작가는 변화하는 그 과정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했다. 게다가 기록하는 작업은 관람객의 몫으로 돌렸다. 감상자에게 숙제를 남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곳을 방문한 누구라도, 작품을 배경으로 하거나 혹은 작품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이를 작가의 SNS(인스타그램 @flexible_world_1)로 보내달라는 주문을 남겨뒀다. 그렇게 변화되는 과정은 향후 작가와의 소통으로 디지털상에서 또다른 작품으로 완성된다.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으니, 그 것 하나만은 꼭 지켜야 한다. ‘초록색 원뿔을 밀거나 기대면 위험합니다.’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참여안내

1. 마음에 드는 부분, 혹은 작품 전체의 사진을 여러장 찍으세요.

2.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flexible_world_1으로 보내세요.

3. 도우미에게 확인시키면, 민작가의 디지털 프린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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