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 2021, 지금 현장은!]쓰레기에서 비롯된 구조물,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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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F 2021, 지금 현장은!]쓰레기에서 비롯된 구조물,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을 찾다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22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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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에 인도작가 아디티 조쉬의 작품 ‘무제’ 1점이 설치돼 있다.일명 ‘마대자루’로 불리는 폴리프로필렌 포대로 모든 기둥을 둘둘 포장한 크고 작은 5개의 구조물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미술을 어려워하거나, 미술관 방문을 고된 노역처럼 여기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작품을 오랫동안, 꼼꼼하게 살펴보아도, 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메시지가 무엇인 지 도통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품을 소개하는 게시판에서 해당 작품 제목이 ‘무제’라고 안내될 땐 가히 절망적이라고까지 한다. 그 때부터는 눈 앞에 놓인 미술품이 미술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편안한 기분으로 요리조리 뜯어보고 감탄하며 즐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를 앞에 둔 것처럼 부담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한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진행 중인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에 ‘무제’ 1점이 설치 돼 있다. 인도작가 아디티 조쉬의 작품이다. 여러 목재 기둥을 수직과 수평으로 고정한 뒤 일명 ‘마대자루’로 불리는 폴리프로필렌 포대로 모든 기둥을 둘둘 포장했다. 크고 작은 5개의 구조물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크기와 형태가 사뭇 위압적이다. 가로, 세로, 높이의 전체적 부피감이 상당하다. 야외공간 너른 풀밭에서도 주눅들지않은 존재감으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거대한 쓰레기더미’는 작가가 나고 자란 도시, ‘뭄바이’를 대변하는 풍경이다. 작가는 더미 속 비닐봉지의 색감, 투명함, 장식성, 저렴함을 주목했다.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버려지는 순간 쓰레기가 돼버리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속에서 작가는 역설적으로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게 됐다. 이번 작업은 그 연장선이다. 비닐 대신 폴리프로필렌 포대를 사용했다. 소비주의, 도시화를 보여주는 상징성을 띤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태생적 환경에서 출발해 진화했다. 작가의 친절한 설명에서 잘 드러난다. 작가의 의도나 표현방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미술감상에서 정답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 제목의 굴레에 너무 함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작품 ‘무제’는 미술품에 대한 관람객의 사고가 확장되도록 스스로의 생각을 내려놓은 작가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 댓가로 관람객은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달게 됐다.

이 작가는 다만 이 것 한 가지는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작품에 기대거나 매달리지 마세요.’

글·사진=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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