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아침. 엄마와 아빠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강 둔치로 산책을 나왔다. 늘 오가던 산책길인데, 낯선 물건이 놓여져 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다. 멀리서 볼 때는 종이박스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얇은 철판을 자르고 구부린 뒤, 새하얗게 페인트 칠까지 해 놓았다.
어림잡아 스무개나 되는 이 ‘물건들’의 용도를 두고 엄마와 아빠가 한참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결론이 잘 나지 않는 모양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숨바꼭질을 하듯 그 속에 들어가 숨기도 하고, 빙글빙글 주변을 돌아보기도 한다. “왜 여기에 이걸 갖다놨는지 모르겠네” “놀이기구는 아닌 것 같고” “벤치처럼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뒤늦게 발견한 안내판에서 이 물건이 2021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참여한 국동완 작가의 설치미술 작업임을 알아챘다. “설치미술이었네. 지난해 이맘 때도 여기서 했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글자들은 세워 놓은 책을 연상시키는 ㄷ자 구조의 철판으로 제작되어 관람객이 들어가거나 둘러앉거나 기댈 수 있다.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새로운 집을 찾아온 글자들은 철새공원을 찾는 동물이나 시민들에게 언어의 기존 역할과는 다른 소통 방식을 제안하며 해석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작품설명 중에서
작가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여전히 의문투성인 듯 했다. “심오한 주제네. 어떻게 이런 걸 할 생각을 했을까.” “그러니 ‘작가’지.”
*작품을 세게 밀지 마세요.
*모서리를 주의하세요.
글·사진=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