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 2021, 지금 현장은]지면 아래로 텅 빈 공간, 외부의 안녕 살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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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F 2021, 지금 현장은]지면 아래로 텅 빈 공간, 외부의 안녕 살필 수 있어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1.0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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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하 작가의 작품 ‘당신의 안녕을 묻는 우리의 시선’ 은 사각으로 파 놓은 땅 속으로 사각의 쉼터가 조성돼 있다.
김시하 작가의 작품은 올해 설치미술 중 가장 육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철제판이 벽처럼 둘러쳐졌다. 사각으로 파 놓은 땅 속으로 또다시 사각의 쉼터가 조성됐다. 그 안으로 성큼 한발 딛고 내려 가, 바닥에 깔린 나무 부스러기를 밟으며, 쉼터에 걸터앉아 하늘을 본다. 달라진 눈높이 때문인지,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전경이 조금 전 바라봤던 느낌과 사뭇 다르다. 하늘이 한뼘 더 높아진 대신 바람은 잦아들고, 공기의 무게는 더해지며, 햇살의 각도는 수평으로 좀더 기울어진다.

이 작품은 땅을 파고 그 안에 앉아 땅의 기운을 느끼는 일, 그리고 일상적 높이에서 지면 아래로 낮아지는 시선의 변화, 외부의 어느 쪽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경험 등 생태학적 혹은 인류학적 방식으로 자연을 관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작가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환경과 자연, 시간 이 모든 것을 뜻하기에 화려함도 없고 다소 심심하지만, 감각을 좀 더 예민하게 세울 수 있는 정적인 공간이다. 지면 아래로 텅 빈 공간은 스스로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우리 외부의 환경이 안녕한지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설치작업에 앞서 작품 제목인 ‘당신의 안녕을 묻는 우리의 시선’ 중 ‘당신’과 ‘우리’ 두 글자를 바꾸어 생각해 보라고 일러줬다. ‘우리의 안녕을 묻는 당신의 시선’. 말이 된다. 상호작용으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보호, 서로의 안녕을 바란다는 메시지라고 알려준다.

작가의 의도를 몸소 체득하고 싶다면…. ‘반드시 작품에 들어가 앉아보세요.’ 다만 ‘모서리를 주의해 주세요.’.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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