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는 또 하나의 ‘무제’ 작품이 있다. 캐나다 작가 에미 스켄스베드의 작업이다. 작가는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숲그늘 아래, 천으로 된 의자와 해먹을 설치한 뒤 누구라도 그 곳에서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권하고 있다. 단 몇 분만이라도 편안하게 쉬었다 가기를 원하고 있다.
사실 그의 해먹 작업은 이미 수년 째 반복돼 왔다. 다만 실내, 공원, 거리 등 그 것이 설치되는 장소만 다를 뿐.
해먹과 의자는 모두 현재의 물리적 시간과 장소에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그 것들은 장소 특정적 조각들로서 점유한 공간에 묶인 상태로 존재한다.
해당 작업의 결과물이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운드’도 늘 그 주변을 맴돈다. 스마트폰으로 설치작업 옆 안내판에 새겨진 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작가의 목소리가 담긴 사운드와 연결된다. 사운드는 초연결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 물리적 존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목소리다. 작가의 목소리는 남이 들을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상대의 귀에 대고 읊조리듯 속삭인다. 작가는 관람객의 신체를 에워싸는 해먹과 의자, 그리고 그 안에서 고요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다중감각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말 그대로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입장’하여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입장료는 필요없다. 온전히 이 작품을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려는 의지만 필요하다. 그런데 웬걸. 이 작품은 성찰이 필요한 어른들보다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 차지가 될 때가 더 많은 듯. 이번 주말이 마지막 기회다. 2021TEAF는 오는 7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