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 취재를 위해 영국 런던에 체류한 3일 동안 크고작은 민간갤러리를 방문했다. 단 한점의 작품을 장기간 전시하는 갤러리, 비좁은 골목길 창고같은 갤러리, 여러 작가의 작업실을 겸한 갤러리, 팝아트 프린트를 주로 취급하는 갤러리, 작품 보다 예술문화 관련 인쇄와 출판에 집중하는 갤러리 등이다.
그 중 ‘화이트 큐브’는 틈새를 활용해 공공미술관 이상으로 런던을 현대미술의 보고로 성장케 한 사립미술관이다. 화이트 큐브의 첫 인상은 말그대로 화이트 큐브 자체였다. 작품의, 작품을 위한, 작품에 의한 갤러리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작품 이외 일체의 군더더기를 없앴다. 오로지 작품에만 시선이 머물도록 철저히 계산하고 연출한 공간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화이트 큐브가 발굴한 스타 화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세계적 작가로 이슈를 선점하며 지속가능한 전시를 이어갈 수 있었던데는 유명 아트딜러가 설립한 화이트 큐브의 기획력이 보이지않는 손으로 작용했다. 전세계 미술시장에 거품 가격을 형성했다는 비난이 없지않으나, 세계인의 시선을 ‘미술’로 향하게 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미래 미술도시는 가능성있는 젊은 작가들의 손에 달려있다. 이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덴 안목과 유연함, 공격적 마케팅과 추진력을 동시에 갖춘 사립 갤러리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확인하고 돌아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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