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는 이번 대선정국의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두고 벌써 뚜렷한 이견을 노출하며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 사람은 세제개편은 물론 주택공급 방식에서도 해법을 달리하고 있어 내년 3월 대선까지 두 후보간 치열한 부동산 정책 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李, 국토보유세 도입 vs 尹, 종부세 재검토
이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전면에 내걸며 그 수단으로 국토보유세(기본소득 토지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겨 세수 전액을 본인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토보유세 도입을 통해 현재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 0.17%를 1.0% 수준까지 끌어올려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목표다. 반면 윤 후보는 경선 때부터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대대적 세제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종부세를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는 구상이다.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세율과 재산세 부담 완화안과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의 한시적 50% 감면을 약속한 것도 세 부담 완화론의 연장선에 있다.
◇부자 감세 vs 서민 증세…여야 ‘프레임 대결’ 예고
‘국토보유세 도입’과 ‘종부세 재검토’의 충돌은 증세냐 감세냐라는 논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부자 감세’ 프레임을, 반대로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서민 증세’ 프레임을 씌우면서 여론몰이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이 후보는 15일 페이스북에서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기본소득 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주장하며 야권발 ‘세금폭탄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국토보유세의 순 수혜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 여론전의 불씨를 댕긴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국민을 1대 9로 갈라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겠다”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낮춰 보유세가 급증하는 것을 막겠다” 등 세 부담 완화를 거듭 약속했다.
◇주택공급 ‘동상이몽’…李 공공주택 vs 尹 민간개발
두 후보 모두 임기 중 주택 250만호 공급을 약속하며 ‘물량 확대’ 카드를 내걸었지만, 방법론에서는 대척점에 서 있다.
공급 확대안을 놓고 이 후보는 공공부문, 윤 후보는 민간부문을 각각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어서다. 이 후보는 주택 250만호 중 최소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본주택이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에서 30년 이상 거주가능한 공공주택을 말한다.
그러나 윤 후보의 공급 확대 해법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기본 바탕이다. 전국 250만호 가운데 수도권에 130만호 신규 주택 공급을 약속한 윤 후보는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높이는 구상을 갖고 있다.
윤 후보가 30만 채 공급을 약속한 ‘청년 원가주택’은 건설원가로 분양가의 20%를 내고 80%는 장기 저리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청년층이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되팔면 매매차익의 70%까지 돌려주는 정책이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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