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9)]벽오동 심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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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9)]벽오동 심은 뜻은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11.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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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오동잎이 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떨어지는 계절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최헌의 노래 중에 ‘오동잎’이라는 노래가 있다. 최헌의 허스키하면서도 구수한 목소리는 이 맘 때가 되면 쓸쓸하게 떨어지는 오동잎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졌다.

오동나무의 특징은 빨리 자라고 잎이 크다는 점이다. 15년 쯤 되면 키는 10m를 넘기고 둘레는 한아름이나 된다. 잎은 20~30㎝ 정도로 웬만한 부채만 하다. 오동나무가 빨리 자라는 것은 이 넓은 잎을 이용해 양분을 충분히 끌어올리고 광합성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오동나무는 나뭇결이 아름다워 가구 목재로 자주 이용했다. 특히 딸이 태어나면 집 근처에 오동나무를 심어 딸이 출가할 때쯤이면 혼수가구를 장만하기도 했다.

오동나무는 또 거문고, 가야금, 비파 등의 악기를 제작하는데 많이 쓰였다. 악기가 뒤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문신 신흠은 ‘오동나무는 1000년이 지나도 가락를 품고 있다’(桐千年老恒藏曲)고 노래한 바 있다. 주희의 권학시에도 ‘섬돌 앞의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階前梧葉已秋聲)라는 구절이 있다. 꽃에 대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군방보>에는 ‘오동잎 한장이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는 표현도 있다.

▲ 벽오동나무.
▲ 벽오동나무.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 달맞이 가잔 뜻은 임을 모셔 가잠인데/ 어이타 우리 님은 가고 안 오시느뇨/ 하늘아 무너져라 와르르르르~/ 잔별아 쏟아져라 까르르르르



가수 김도향이 부른 노래 ‘벽오동 심은 뜻은’의 가사다. 벽오동(碧梧桐)은 일반적인 오동나무와 다른 나무다. 잎이 오동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나무껍질이 초록색이다. <장자> ‘추수’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봉황이라는새는 벽오동이 아니면 앉지도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도 않으며, 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도 않는다.” 봉황은 성군이 다스리는 태평성대에만 나타나는 전설의 새다. 예천은 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시대에만 솟아나는 샘을 말한다. 태화강 국가정원 남쪽에는 은행나무 정원이 있는데, 이 곳에 유일하게 벽오동 한 그루가 서 있다. 바로 그 옆에는 광활한 대나무숲이 있다. 울산에도 봉황 한마리 쯤 날아왔으면 좋겠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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