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30)]동백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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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30)]동백 아가씨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11.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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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산다화가 어떤 꽃이냐 여쭈었더니/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 소리랑 글자가 좋아 썼을 뿐/ 산다화를 거푸 노래한/ 시인 김춘수 선생은 말하였다/ 소설가 이호철은 허허 사람 좋게 웃었고 ‘시인의 꽃’ 전문 (유종호)



김춘수 시인의 고향은 통영이다. 이 곳 통영은 문학과 예술의 도시다. 특히 애기동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산다화(山茶花)가 많이 핀다. 산다화에 차 다(茶)를 쓴 것은 이파리가 차나무 잎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백잎을 차로 끓여 먹기도 한다. 산다화는 글자 그대로 ‘산에 피는 차 꽃’인 셈이다. 산다화는 꽃이 동백꽃과 유사하지만 잎과 꽃이 작아서 ‘애기동백’이라고도 불린다.

전남 신안군에서는 매년 ‘섬 겨울 꽃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12월10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압해읍 천사섬 분재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곳에는 5ha의 부지에 1만7000 그루의 애기동백 나무가 심어져 있다. 축제가 열리면 애기동백 꽃길 3km를 거닐며 3000만 송이 애기동백꽃을 관람할 수 있다. 정약용은 산다화를 너무 사랑해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茶山)에 수백그루의 동백나무를 심고 꽃을 감상하기도 했다.

애기동백의 이미지는 ‘절개’다. 소나무나 대나무도 삭풍을 견뎌내는 대표적인 식물이지만 애기동백은 혹한의 눈 속에서 꽃을 피워올려 더욱 빛난다. 그래서 설중동백(雪中冬柏)은 기개로 치자면 소나무, 대나무 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식물들의 꽃이 모두 떨어진 뒤 삭막한 겨울에 정답게 만날 수 있는 꽃, 애기동백은 과연 세한지우(歲寒之友)라고 할 만하다.

▲ 애기동백.
▲ 애기동백.


백설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동백’ 전문(정훈)

국민가수 이미자는 한 때 ‘동백 아가씨’라는 노래로 여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헤일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내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섬 색시의 애련(哀戀)이 붉은 융단으로 깔려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한번의 울음을 자아낸다.

울산대공원 정문과 동문 사이 자연학습원에는 지금쯤 애기동백이 절정이다. 오상고절(傲霜孤節) 국화마저 시들고 낙이 없던 차에 붉은 애기동백이 피어나니 이런 반가울 데가.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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