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총 708명이 2248편을 응모했다. 그 가운데 61명의 150편이 최종 당선작을 가리는 본심에 올려진다. 본사는 이달 중 엄정한 본심을 거쳐 최종 당선작을 확정할 예정이다.
문청들의 창장열이 다시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연말 신종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응모작 수가 올해 다시 반등했다. 참가자 1000여명에 접수작이 3200여점을 웃돌던 2년 전에는 못미치지만 지난해 대비 참가자는 60여명, 접수작은 200여편 이상 늘어났다. 장기화 한 팬데믹이 되레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안겨주고 있다. 예술과 철학,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문학을 통해 지금의 현실과 이전의 세계, 새로운 미래를 직시하는 일 역시 다르지않다.
부문별 접수작은 시 1078편(271명), 시조 336편(87명), 소설 81편(75명), 동화 76편(70명), 동시 639편(171명), 희곡 38편(34명)이다. 이 중 시 34편(10명), 시조 56편(12명), 소설 11편(10명), 동화 11편(11명), 동시 28편(8명), 희곡 10편(10명)이 예심을 통과했다. 부문별 예심 위원들의 평을 정리한다.
◇소설(이서안·정미형)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신이 살아 온 삶을 돌아보고 소회하는 글들이 많았다. 노년의 고독과 경제적 궁핍, 고개 숙인 남자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들과 마주했다. 또한 청년들의 구직의 어려움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벌어지는 서사의 소설이 많았지만 그 어려운 갈등을 소설적 장치로 꾸려나가기에 미진한 부분도 많았다. 좋은 문장력이 있음에도 구태의연한 소재나 옛 기억의 회고에 머무는 소설이 있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좋은 소재와 탄탄한 서사 그리고 소설적 장치로 삶의 의미를 깊이 느끼게 하는 소설을 고르기 위해 무척 애썼다.
◇시(김재홍·김이강)
완성도를 잴 수 없는 시적 삶을 수많은 응모작에서 느겼다. 느슨한 서정의 옷매무새나 산문투의 이야기, 형상을 입지 않은 의욕의 시어들을 나무라기만 할 수 없었던 것은 그 부족함이 또한 시의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여전히 순수 서정시의 경향성이 다수를 차지했다. 섬세한 감수성과 곡자한 정서를 여실히 드러냈으나 표현과 발상 면에서 익숙하게 접해 온 기성의 시들을 닮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현실에 대한 예민한 자각과 비판적 감각이 드러나는 경향도 눈에 띄었다. 특히 공력이 쌓인 글들이 이 경향 작품들 가운데 종종 눈에 띄었다. 시에 대한, 시를 접하는 감각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시들은 소수였지만, 그 소수가 하나같이 일정한 정도의 신뢰감을 담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조(우은숙)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는 신인들의 신선함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다. 특히 운율과 가락의 미학인 시조는 응축과 절제가 필수적이다. 이번 신춘문예 경향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구체적이고 서정의 기반에서 출발한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작품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시조의 정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작품, 너무 감상적이어서 감정이 과잉된 경우, 고어투의 어휘나 식상한 어휘를 선택한 작품, 맞춤법·띄어쓰기·오타 등으로 질낮은 작품, 소재의 고루함 또는 과거 회상에 젖은 작품, 서술형 묘사로 시조리듬을 헤친 경우 등이다. 따라서 주제의식이 선명한 작품과 현대적 감각을 시조의 감각적 이미지로 잘 구사해 낸 작품을 선하였다.
◇동화(권은정·신주선)
코로나 시대를 반영하듯 마스크를 전면에 등장시킨 동화, 환경문제 비판, 친구와의 갈등과 화해, 이별한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성장, 재개발문제 등 다양했다. 꽤 수련을 거친 듯한 문장, 독특한 발상에 마음이 끌렸다가도 사건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작아서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판타지적인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가 많아서 반가웠지만 그 소재를 이끌어가는 사건의 흐름이나 동력이 부족했다. 작위적인 요소와 지나치게 교훈을 강요하는 면도 아쉬웠다. 동화는 지금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감정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아이의 섬세하고 복잡한 마음을 그들 눈높이에서 주의깊고 예리하게 비추는 작품이 많아지길 바란다.
◇동시(김준현)
작품경향은 부모와의 관계를 다룬 작품, 동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쓴 작품, 자기-현실을 솔직한 목소리로 드러낸 작품으로 크게 나눠졌다. 소재는 자연, 환경, 부모(특히 엄마), 동식물 그리고 코로나19가 주를 이뤘다. 하고 싶은 말이 정해져 있고, 그 하고 싶은 말을 향해 최단거리로 달리는데만 급급한 작품들이 많아 아쉬웠다. 현실과 함께 운동하며 미지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있는 동시야말로 지금 우리 어린이들과 동일한 발걸음으로 보폭을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읽기 끝에 여덟분의 작품을 본심에 올린다.
◇희곡(오세혁)
큰 담론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개인의 삶과 죽음, 의식주에 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 옆사람이 따듯한 체온이 내가 지닌 차가운 현실을 위로해주는 이야기들, 그러나 이 희망이 단점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개인이 처한 갈등을 깊이 들어가보면 어쩔수없이 그를 둘러싼 사회의 구조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개인과 개인의 연대를 넘어, 개인과 사회의 마주함 도한 아주 작게라도 다룰 수 있는 사유가 담겼다면 더 좋은 희곡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구성, 문장, 주체가 돋보이는 작품을 우선 가려내고, 다시 ‘연극성’을 놓치지않는 희곡을 선정했다. 연극성은 인물과 공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기에 인물이 살아있고 공간이 선명한 작품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