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울산회동’을 계기로 당내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뒤 지난 6일 선대위가 가까스로 출범했지만, 다시 보름 만에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울산출신 서범수(울주) 의원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까지 동분서주하면서 묘책을 강구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 의지와 다르게 역할이 없기 때문에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면서 “어떤 미련도 없다”라고 잘라말했다.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을 겸임해왔다.
이 대표는 자신과 갈등을 빚은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의원을 겨냥,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언론인들에게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윤 후보측 핵심 관계자)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나도 당 대표직은 유지된다.
그는 “당 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며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 지휘체계를 놓고 조 단장과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 조 단장이 일부 취재진에게 이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링크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표는 “거취 표명을 하라”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러자 조 단장은 SNS에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는 본인의 사퇴 배수진을 치며 거듭 단장의 거취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조 단장의 추가 사과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없고, 어떤 형태로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임선대위원장이 지시를 내렸는데 조 단장이 불응했고, 오히려 조롱했다. 누구도 그것을 교정하지 않았다. 그 사태가 이틀간 지속됐다는 건 선대위에서 제 역할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국힘 핵심 관계자는 “이번 갈등의 핵심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대표에게 대놓고 반기를 든 잘못된 행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책임질 사람은 조수진 최고위원인데, 외려 이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갈등상은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와 조 단장 간의 개인적 충돌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몸집만 커진 선대위에서 내부 역할이 조정되지 않고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등 누적된 문제들이 터져 나온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대위를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개편을 시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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