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옛 이야기’는 힘이 있다.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날에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삶의 진리가 기둥처럼 박혀있다. 온갖 이들의 각양각색 재미 난 인생사는 덤이다. 지혜, 용기, 사랑, 겸손, 도덕 등 자라는 아이들에게 읽힌다면 더없이 좋은 교훈을 줄 것 같다.
울산지역 문인과 유아교사들이 전설과 역사의 경계를 오가는 옛 이야기에서 소재를 가져 와, 요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독서활동을 위한 교재로 유용하다.
울산창작동화실바람문학회가 3번째 작품집 <신랑바위 각시바위>(가문비)를 내놓았다. 전국 각 지역에 전해오는, 바위에 얽힌 상상의 세계를 새롭게 엮은 것이다.
‘울산 미역바위’(최미정)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배를 탔다가 관아로 끌려가 곤장을 맞게 된 송화의 이야기이다. ‘전라도 강진 흔들바위’(김영)는 주작산 바위에 갑옷을 넣은 뒤 하늘로 승천한 어진 장군의 사연을 들려준다. ‘인천 문학산 갑옷바위’(김영주)는 사모지 고개 바위에 숨겨진 갑옷의 이야기이다. ‘제주도 유반석과 무반석’(엄성미)은 힘이 능사가 아니며, 자만하면 결국 자기 것을 지킬 수 없다고 충고한다. ‘강원도 신랑바위와 각시바위’(최봄)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진실한 사랑이야기다. ‘충북 단양 사인암’(장세련)은 학문이 뛰어나고 올곧은 우탁 선생의 이야기이다.
전래동화집 <도둑질을 배워 온 아들>(무지개토끼)도 나왔다. 이 책은 신뢰, 배려, 나눔처럼 어린이들이 긍정심리를 키우도록 돕는다.
저자는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전공 김영주(57) 교수와 대학원 졸업생 강남이, 권난아, 박후남, 이영림, 장나원씨다. 졸업생은 모두 울산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이다.
이들은 그 동안 성인을 위한 구전설화를 영유아 및 아동에게 맞게 고쳐쓰는 작업을 해 왔다. 책에는 집을 떠나 3년 동안 도둑질을 배워 온 아들, 팔과 다리가 하나씩밖에 없지만 두 사람 몫을 하는 반쪽이, 구두쇠 영감의 계략에 빠져 저승을 다녀 온 착한 총각 등 6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영주 교수는 “전래동화의 아동·교육적 가치를 발견하고 생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연구해 왔다. 방과후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