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방치됐던 은편정미소, 낡은 건축물이 예술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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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방치됐던 은편정미소, 낡은 건축물이 예술공간으로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2.01.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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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정미소, 고물상으로 이용되던 낡은 건물이 작업공간을 겸한 작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 울산 서양화가이자 설치미술가 이상한씨.
방앗간은 곡식을 찧거나 빻기 위하여 방아를 두던 건축물이다. 한 고을에 한두곳씩 두었던 방앗간은 근대화 과정에서 정미소로 바뀌었다. 하지만 시설의 기계화와 대규모화,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리는 현대사회현상이 이어지면서 정미소마저 그 기능을 잃고 사라져갔다.

수십년간 제기능을 상실했던 옛 정미소가 최근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울주군 두동면 은편리 464-6번지, 옛 은편정미소 이야기다.

은편정미소가 지어진 지는 반세기가 넘는다. 한때는 그 일대 너른 들판에서 거둬들인 쌀농사의 도정을 책임졌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기계를 돌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어느 고물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건물은 나날이 낡아졌고, 잡동사니는 쌓였으며, 외부와 단절된 담벼락까지 둘러쳐졌다. 고물상 주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져 동네사람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은 채 10년 세월이 흘러왔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7월 서양화·설치미술·공간디자인·조경관리 등으로 경계없이 활동하는 이상한 작가가 새 작업실을 물색하다 그 곳을 발견했다. 이 작가는 약 5개월 동안 두문불출 그 곳에 머물며 정미소 건물과 주변 공터를 본인의 작업공간과 작은 갤러리로 바꾸었다. 갤러리 이름은 ‘정미소’의 ‘정’자를 빼고 미소갤러리라 붙였다.

“유리온실을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넓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정미소가 눈에 들어왔죠. 마당에서는 철제를 다루는 제 작업이 주로 이뤄지고, 건물에서는 개인전이나 단체전 등 전시가 이뤄집니다. 낡고 외면받던 곳이 나의 힘으로 새 공간이 됐습니다. 예술의 힘이죠.”

그는 최근 한달여 동안 어반스케치 작품전도 마련했다. 본인의 땅과 건물이 아닌 곳에다 돈·시간·발품·에너지를 쏟아부은데 대해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고 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내가 내 집에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남의 땅에 투자를 해서, 저 사람이 가는 곳은 저렇게 늘 생동감이 도는구나 어필하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예술적 감각과 기술, 미적 에너지를 시험하고 싶기도 했구요.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을 활용해 본인의 작업 영역을 더 넓혀가는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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