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엄마와 아이 한겨울에 거리 나앉게돼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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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엄마와 아이 한겨울에 거리 나앉게돼 발만 동동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2.01.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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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까지 혜리와 엄마가 단 둘이 살던 집.

한부모 가족 중 세대주인 부 또는 모가 만 24세 이하인 경우 ‘청소년 한부모 가족’으로 분류한다. 혜리(가명·4세)네 가족도 얼마 전까지 청소년 한부모 가족으로 정부 보호를 받았다. 혜리 엄마는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남자친구를 만나 혜리를 낳았지만, 아이 아빠가 계속해서 혼인신고를 미루었다”고 했다. 혜리 엄마는 혜리의 병원 진료를 위해 출생신고를 먼저 했고, 이후 혼인신고를 위해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뒤에야 혜리 아빠가 중혼(배우자가 있는 자가 거듭 혼인을 하는 일)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혜리가 태어난 지 불과 한 달 남짓한 시점이었다.

혜리 엄마는 당시 이제 막 생후 1개월이 지난 혜리를 데리고 새로 거주할 집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혜리네 가족은 59㎡(약 18평) 아파트를 2년간 월세 계약했다. 혜리 엄마는 근로활동도 시작했다. 혜리가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하며, 과거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했던 경력을 살려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근로활동으로 어린이집 종일반을 다니게 된 혜리는 조금씩 스트레스성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심하게 울고 떼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행동이 더 심해졌다. 혜리 엄마는 혜리의 어린이집 부적응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며, 결국 지난해 10월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다. 청소년 한부모 가족 정부 보호도 종료된 시점으로 수급 지원을 받지 못해 가계 어려움은 더해졌다.

혜리네 가족이 사는 월세집은 2021년 12월을 끝으로 계약 만료됐다. 재계약은 불가했다. 월 25만원인 월세가 4개월간 체납됐고, 관리비도 3개월가량 체납됐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는 수도도 끊겼다. 혜리를 제대로 씻길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엄마는 관할 드림스타트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혜리네 가족은 보증금 하나 없이 살고 있던 집에서 쫓기듯 나왔다. 혜리 엄마는 지인 집에서 보름 정도 신세를 지기로 했다고 한다. 집 안에 있던 가구와 짐은 버릴 수도, 지인 집에 들일 수도 없어 용달업체를 통해 보관하고 있다.

불행 중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얼마 전 신청해 두었던 LH 전세임대 사업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혜리네 가족이 이사할 수 있는 집은 전세금 7000만원 정도로, 이 중 5%인 350만원만 자부담하면 나머지 금액은 LH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혜리 엄마는 LH 본인부담금뿐만 아니라 이사비, 가구 보관비 등 마련이 어려운 현실이다. 혜리가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혜리 엄마도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경상일보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울산지역 아동청소년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연중캠페인 ‘집다운 집으로’를 진행하고 있다. 본 캠페인을 통해 울산지역의 주거취약계층 아동 실태를 살펴보고, 아동친화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나눔 천사를 소개한다.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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