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연말 울산학성여자중학교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로 추정되는 휘호 두 점이 발견됐다는 소식(본보 2021년 12월28일자 11면)이 알려지며 지역사회 관심이 쏠렸다.
진위 여부를 알고 싶다는 요구가 이어진 가운데 본보가 후속 취재를 진행한 결과, 그 중 한 점이 백범 선생의 친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범 서예작품은 최근 고미술 및 서예작품 경매에서 30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울산학성여자중학교 교장실에는 큰 필체의 ‘民族正氣’(민족정기) 휘호가 액자에 표구 돼 걸려있다. 큰 글자 옆에는 ‘대한민국 31년 3월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39주년 기념 백범 김구’라는 작은 글씨가 한줄로 더 쓰여져 있다. 큰 글자 윗부분에는 세로로 길쭉한 모양의 작은 낙관(두인)이, 작은 글씨 아랫쪽에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각기 다른 문양의 낙관 2개가 더 찍혀있다.
최근 기사를 접한 백범김구기념관 학예사가 휘호를 직접 확인하고자 학성여중을 방문했다. 학예사는 작품 속 서체의 특성을 살핀 뒤 “기념관이 보관하고 있는 백범 휘호 글씨체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기념관이 보관해 온 낙관과 교장실에 걸린 작품 속 낙관을 일일이 대조하여 “크기와 문양에서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백범 선생의 친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다만 “학예사는 기존 연구과정에서 보아 온 다른 작품과 비교검토한 소견만 밝힐 수 있을 뿐 친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친필여부는 기관의 공식 심의를 밟거나 고문서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확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필여부를 확정하기 위해 고미술(문서) 감정 전문기관에 의뢰할 경우 소장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다만 울산박물관을 비롯해 조사연구전시를 진행하는 전국의 모든 전문박물관은 소장자가 해당 작품을 기증(혹은 기탁)할 경우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감정)위원회를 통해 진위여부를 가린 뒤 소장자에게 그 결과를 알려줄 수 있다.
만약 이 휘호가 백범 친필로 확정된다면 금액적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과 2019년 경매에서 백범의 친필은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에 호가됐다. 2020년 TV프로그램 진품명품에서는 그의 작품에 감정가 5000만원을 매겼다. 지난해 케이옥션 고미술 부문에서는 백범의 서예작품 ‘風送·雨催’(풍송·우최)가 2850만원에 거래됐다.
한편 지난 기사에 언급된 또다른 휘호 ‘忠孝傳家’(충효전가)는 원본을 똑같이 본떠서 만든 모사본으로 확인됐다.
학예사는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와 백범김구기념관은 해마다 전국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백범일지 독서감상문대회’를 여는데, 해당 휘호는 지난 2011년 학성여중에서 대회를 치른 뒤 이를 기념해 학교 측에 기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둘이 학성여중 교장은 “백범 친필 휘호는 겨레사랑, 실천의지,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귀중한 역사자료다. 이를 안전하게 보관해 청소년 역사인식을 위한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교육청과도 논의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