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한 달, 미술관 가는 길]“어려운 작품 이해하려면 자주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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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한 달, 미술관 가는 길]“어려운 작품 이해하려면 자주 보는 수밖에”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2.02.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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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앤드 라이트’전이 진행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XR랩전시장
▲ 전시장과 로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들
▲ 전시장과 로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들

큐레이터나 도슨트라면 모를까, 미술관의 수많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처음 보는 미술품 앞에서 일반인 관람객이 작가의도나 기법을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술은 ‘나’에게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울산시립미술관을 다녀온 많은 이들이 여전히 미술은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재현장과 각종 SNS에 올라 온 감상평은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다. 중간선을 기준으로 한쪽은 ‘도대체 뭘 보라는 건 지 알 수가 없다’, 또다른 한쪽은 ‘잘은 모르겠으나 그래도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든다’ 정도다. 표현의 수위에서 차이가 있을진 몰라도 두 가지 의견 모두 미술을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뭘 보라는 건 지…’쪽은 울산에 미술관이 새로 생겼으니 한번 들러 봤다는 사람, 스스로를 ‘미술문외한’이라고 밝힌 사람, 미술관 개관을 오랫동안 고대했던 사람 등 다양했다. 이들 대부분은 1~2시간을 미술관에 머물렀건만 본인이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재미와 감동은 차치하고 팸플릿을 여러번 읽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시장과 미술품 사이를 우왕좌왕 하다가 그냥 나왔다고 토로했다. 흥미를 잃어 미술관을 다시 찾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잘은 모르겠으나 그래도…’쪽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새 공간, 새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약간 더 왕성하다는 것. 이왕 온 미술관이니 다소 어려울 지라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한 점 한 점 꼼꼼하게 살피려 한다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20~30대 젊은층이 많다. 미술이나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미술관이라는 그 자체를 요즘말인 ‘갬성공간’으로 인식하고 본인이 그 곳을 다녀왔다는 기록을 남기는데서 즐거움을 찾는 듯 했다.

시민들의 방문기 중에는 결이 다른 또다른 내용도 확인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지향하는 ‘미디어아트’를 콕 찝어 난해한 미술로 규정했다. 울산의 첫 공공미술관이 굳이 난해한 미디어아트만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며, 상대적으로 익숙한 회화나 또다른 형태의 미술작품까지 아우르는 미술관이 돼 줄 것을 제언했다.

다만 미디어아트를 내세워 타 시도 미술관과 차별을 이루려 한 울산의 선택은 이미 수차례의 공론과정을 거쳐 오래 전 결정된 사안이다. 전국적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그에 따라 소장품 목록도 채워지고 있다. 미디어아트만 보여주는 미술관이라는 지적도 오해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개관전이 미디어아트 중심인 건 미술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개관전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그림이나 사진 등 평면을 비롯해 또다른 형태의 새로운 미술전시도 기획될 수 있다.

울산에서 전시기획, 도슨트,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박선지 아트스페이스그루 대표는 “미술이 힘들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술이 난해하다는 편견’이다. 모르는 건 당연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작품이나 전시를 더 자주 접하라”고 했다. “미술관람은 방대한 작품 가운데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와 기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울산에도 미술관이 생겼으니, 틈틈이 방문하다보면 어느 순간 반드시 새롭게 눈을 뜨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처음은 낯설지만 관심을 갖다보면 적극성을 띠게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자료검색, 안내자료, 도슨트의 도움을 받아 본인만의 감상법도 터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개관을 기념하여 5개의 특별·기획전시를 마련했다. 애써 준비한 전시를 시민들이 어렵워 하는데는 도슨트 부족과 체험 및 강좌 등의 부대행사가 제대로 따라주지 못한 이유도 있다. 4~5월 이후에는 새로운 전시가 선보인다. 앞서가는 미술관이자 친근한 미술관이 되도록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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